소설은 크게 반전 없이 역사의 흐름에 따라 흘러간다. 덕혜옹주로 친 히트에 비하면 이 은의 이야기는 무덤덤하다. 이 은과 마사코의 삶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고 둘의 아들 이구의 이야기도 소설의 한켠을 차지한다. 살짝 산만한 느낌도 있었다. 미치도록 재미있어 붙잡고 눈을 떼지 못하는 소설을 기대한다면 그건 아니다. 집중되지 않은 부분에서는 작가가 너무 전작 덕혜옹주의 히트에 이어 조선의 황실에 집착해서 소설의 주제로 또 삼은 것이 아닌가 얕은 생각도 했다.
소설의 제목은 거창할 것도 없이 단순한 이유이다. 조선의 세자 이 은이 조선독립 후 지원이 끊어지자 생계를 위해 사유재산이던 일본의 집을 헐값에 팔아버리며 곤궁한 삶을 버텼다는 것이다. 개인의 비극적인 서사가 자신이 살던 집이 바라 보이는 한 호텔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허구의 이야기, 작가는 그러한 극적인 부분과 그들의 비운한 삶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던 나의 문해력에 작가는 반전을 던진다.
역사가 바탕이 된 소설이기에 이 시기의 조선 역사에 대해 얕은 지식이라도 있어야 어떤 부분이 작가의 생각이 함축되어 있고 허구이며 진실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 은 그가 영친왕이었고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족이었으며 그의 삶이 유린되었음은 분명한 일이었고 마지막 직계 이 구까지 황족으로 태어났으나 그 영예와 부를 가지지 못했음도 이들의 비극적인 삶의 한 부분을 공감할 수 있는 역사의 한켠을 작가가 소설로 소환해 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