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명화
서은경 글/그림 - 북멘토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이 유명한 것은 알고 있지만 실상 그림 속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고 깊이를 알 수 있는지는 나의 얕은 지식으로 알 길이 없었다. 역사책 속 혹은 학창 시절 내신을 위한 시험 준비로 제목과 작가 이름, 시대를 외웠을 뿐 익숙한 듯 낯설기도 한 조선의 명화들을 책으로 만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혹여 지루할까 더 큰 배려를 해 준 작가는 흔하지 않은 동양화풍의 작품으로 다가와 독자들을 더욱 흥미롭게 이끌어 주었다.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우리나라 조선의 화가 11명의 유명 작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만화로 들려주는 책 조선의 명화는 표지부터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청록색 버전도 있어 좋아하는 색의 표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그림은 화가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작가의 생각이 광화문 인근 옥탑방에 세 들어 사는 차주봉이라는 캐릭터로 만들어져 각각의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해 주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림에 대한 숨은 설명까지 곁들여 주었다.

많은 작품들 중 책의 제목이 들어있는 이야기. 매화병제도가 가장 관심이 갔다. 다산이 강진으로 귀양을 간 후 아내 홍부인 이 자신이 아끼던 낡은 치마 하나를 귀양지로 보내왔다. 해가 묵어 붉은빛이 바래지자 다산은 붉은 치마폭을 화첩을 대신해 그림을 남긴다. 귀양살이로 딸의 혼인에도 참여하지 못해 그 안타까움과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소중히 담아 아내의 붉은 치마폭에 그린 매화병제도는 두 마리의 예쁜 새를 그려 혼인한 딸에게 아버지의 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연이 들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서양의 명화 못지않게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그림이 충분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명화들은 인류사를 대변하는 기준처럼 잡혀있고 우리나라의 그림은 오직 시험을 준비할 때나 만나보는 평가의 대상이 되어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차 조선의 명화는 우리의 그림과 더욱 친숙해줄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이다. 책을 읽으며 인왕재색도나 몽유도원도는 실제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작품이 되었다.

작품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이 만났을 때의 느낌과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그림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 얼마나 다를지 이 책을 읽고 난 뒤 실감할 수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에 그 시대의 철학과 이상, 차마 드러내지 못한 감성들이 가득 담겨있어 이야기를 통해 만난 그림들 하나하나에 애정이 간다. 이 책은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그 가치를 더해주어 정선, 김홍도, 남계우, 김정희, 정양용 등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과 고사인물화, 산수 인물화를 통해 수준있는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훌륭한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지원 받은 도서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