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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0
오라시오 키로가 지음, 엄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평점 :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오라시오 기로카 / 문학동네
[작가소개]
모파상, 안톤 체호프와 더불어 근대 단편 소설의 고전으로 평가 받는 '오라시오 키로가' 는 우루과이 출신으로 이 책은 그의 단편 18편이 실려있다. 도서관에서 처음 책을 만났을 때 일본 작가인가? 라는 허술함도 나에게 있었고 실상 잘 모르는 작가 인지라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스릴러 또는 공포인가? 생각도 했다.
그의 작품 속 이야기는 죽음과 공포가 주를 이루지만 단지 추상적인 공포 소설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다.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 자연 재해, 뱀, 벌 등의 가면을 쓴 죽음의 강박이 시종일관 그의 작품 속에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작가의 어린 시절 가족이 보는 앞에서 총기 오발 사고로 부친이 목숨을 잃었고 이후 어머니와 재혼한 의붓아버지도 키로가가 보는 앞에서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후 자신의 잘못된 총기 오발 사고로 친구가 목숨을 잃고 부모의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한 아내가 음독 자살 한다.이후 위암 판정을 받자 작가인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참 기구한 운명이다.
[스포 없는 책 소개]
사랑-광기-죽음은 그의 작품 속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들이다.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사랑은 과거에 파묻혀 어긋난 사랑으로 변모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물질적 욕망에 불타올라 끝없이 남편을 득달하다 결국 안타까운 최후를 맞는 아내의 이야기 [엘 솔리타리오]와 [사랑의 계절]은 사계 교향곡에 맞춘 4개의 단락 속 이야기가 신선하게 와 닿았다. 결국 한 때의 사랑이고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임을 작가의 경험을 예로 만들어져 더 의미 있게 읽었다.
광기는 [목잘린 닭]이라는 작품이 단연 압권이었다. 유전과 환경이 인간의 삶을 결정하고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가 환경에 의해 점점 변해가는 모습에서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자녀 4명이 모두 열병으로 백치가 되어 온종일 멍하니 쳐다보는 집 정원의 벽돌담이 존재한다. 이 벽돌담은 인간의 삶과 인식을 제약하는 경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담 너머의 삶이 아이들의 경계밖의 삶이듯 불안함이 시종일관 지배하기도 했다.
죽음은 단순히 비극적인 요소를 담기보다 사랑광광기가 뒤섞인 서사속에서 드러나며 이는 삶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관문이기도 해 두렵기까지 했다. [표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 속 인물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추어 인간에게 주어진 현실을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사이 그들의 가슴에 켜켜이 쌓인 응어리가 얼마나 팽팽하게 부풀어올랐던지 살짝만 건드려도 분노와 한이 쏟아졌다. 처음 가시 돋힌 말을 주고 받은 후로 그들 사이에는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오라시오 키로가의 작품 속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의 근본적 필요 조건들을 붕괴 시킨 내용이 다수이다. 사랑-광기-죽음의 주제를 통해 현실에서 부딪히는 삶의 질서 파괴와 인물들의 심리적인 내면세계를 그대로 보여주어 작가의 삶의 궤적과도 닮아 있음을 읽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책을 만나 처음 알게 된 우루과이 작가 오라시오 키로가의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의 한 면을 힘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