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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83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공경희 옮김, 정희진 분류와 해설 / 열린책들 / 2022년 11월
평점 :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 열린책들
여성이 쓰는 여성과 여성에 대한 고찰이 담긴 소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작가가 소설을 쓰려면 반드시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결론짓고 이 글은 시작된다. 하나의 성이 또 다른 성을 배척하며 자신들만의 영역을 주장하고 그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특성은 버지니아 울프 자신이 겪은 몇 가지 에피소드만으로도 읽는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잘 다듬어진 잔디길은 남자가 걸어야 하는 길이고 도서실 출입도 추천서가 필요한 곳, 울프의 아버지와 남자형제 모두 캠브리지 출신이었기에 그녀 역시 이곳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모든 특전을 누릴수 있고 모든 권위를 차지하며 그들이 사용하는 장식물, 가발, 모자, 훈장 등을 독점하는 남성들에게 울프는 분노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문학에 대한 강연을 통해 현실 속 차별받는 여성의 위치를 인식하게 하고 시대적 한계를 감내하고 살아감에서 여성들이 깨어나기를 요구한다.
20세기 후반으로 오면서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은 여성학과 함께 활발히 논의된 페미니즘은 문학적으로도 그 영역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인 1869년 존 스튜어트 밀이 여성의 종족에서 여성만의 시간을 공론화하였고 버지니아 울프가 그 뒤를 이어 자기만의 방으로 이어졌다. 20세기 초반 여성의 성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하면서 왜곡되고 비하된 여성의 위치가 여권 해방운동으로 본격 전개되게 되면서 교육, 참정권, 재산 소유권, 취업, 경제적 독립 등 눈에 띄는 개혁이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면에서 여성의 지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울프는 가부장에에 대한 남성들의 심리를 이렇게 분석했다.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기 위해 인간이 상상한 한심한 방편이야 무한하니까요. 그래서 정복하고 지배해야 하는 가장으로서는 많은 사람들, 실은 인류의 절반이 자신보다 열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인간은 자신감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고 이 자신감은 남이 자기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이 들 때 가장 빨리 얻을수 있는 감정임을 말한다. 빅토리아 말기까지 여성을 위한 교육은 없었고 교육을 받는다고해도 질적인 면에서는 소년들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었다. 어차피 여성들이 갈 곳은 가정이고 가사일을 하면서 지식의 필요성을 크게 가질 필요가 없다는 편협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비공식적인 교육 소설읽기나 편지쓰기등 가사와 관련된 범위내에서 허용된 교육을 받았고, 여성들은 별 불만을 표시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위치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모든 권력과 돈을 남성들이 독점했지만 그것이 그들에게 꼭 유리하지만은 않았다.
여러분에게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라고
권하는 것은, 리얼리티와 직면해서 살라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그것을 전할 수 있든 없든,
활기찬 삶이 나타날 겁니다.

예전에 비한다면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여성들도 자신의 일을 갖기 시작했고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며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위치가 되어 자기만의 역할을 해내는 것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취약한 것은 분명한 일이다. 히잡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이란 여성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반정부 시위까지 확대된 것을 보면 아직 사회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남성과 동등하게 보고 있지 않다는 분명한 결과이다. 성이 가진 한계성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이에 대해 여성으로서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나가야 할 것이며 어떤 영향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수천개의 펜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을 용감하게 담아낼 수 있는 여성으로서 스스로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