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일종의 마술과 같은 것이어서 오랜 추억을 대신한다. 사랑은 마치 요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하나의 과거를 만들어 내어, 그것으로 우리를 감싼다. 사랑은 말하자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지 못했던 사람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듯한 느낌을 안겨주는 것이다. 사랑이란 한순간에 타오르는 하나의 불빛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것처럼 여겨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얼마 안 가서 그것은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이 존재하고 있는 동안은 지나온 시간을 밝혀줄 뿐만 아니라 장차 다가올 시간 위에도 밝은 빛을 뿌려주는 것이다.(page51)
마음으로 끌리는 여자에게는 그 순간 어딘지 모르게 애절하면서도 성스러운 구석이 있는 법이다. 그것은 단순한 쾌락도 아니고, 타고난 본성도 아니며, 그렇다고 타락한 관능도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우리에게 길들여준 타산이며, 경험에서 생겨난 반성 같은 것이다.(page57)
진실한 감정이란 대단한 힘을 갖는 것이어서, 그것이 입을 열기만 하면 오해라든가 부당한 인습 따위는 저절로 말문이 막히고 만다.(page74)
사랑하는 두 마음 사이에 비밀이 생기고, 그래서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한쪽이 상대에게 생각을 속이거나 감추게 되면, 당장에 사랑의 매력은 깨지고 행복은 무너져 버린다. 격한 분노나 부정한 행실조차 서로의 이해와 노력으로 되돌이킬 수 있다. 그러나 감정을 숨기고 비밀을 감추는 짓은 사랑을 해치는 독소를 사랑 속에 스며들게 함으로써 사랑을 변질시키고 시들게 만든다.(page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