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학생수도 적고 교권도 많이 순화되었지만 라떼는 스승의 그림자조차도 밟지 않는다는 압박같은 스승우월주의가 살아있던 세상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과거가 소환되어 공감되고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다. 교사도 사람이다보니 가르침에 실수가 있을 수 있고 혹여 그것을 아는체 지적하고 바로 잡으려다가 사사건건 교사와 부딪혀 학교를 그만 둔 친구도 있었다. 항상 수업준비에 철저해서 교과서 이외의 것까지 공부해 오던 친구는 교사들에게 밉보이기 딱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이 책에 나오는 게르버처럼...
특히 책에서 시종일관 거론되는 쿠퍼교수와 게르버의 대립은 막상막하이다. 물론 쿠퍼교수의 지식적 함량은 높이 사고 싶지만 인간적인 부분에서 그는 완전 바닥이었다. 학생들 위에서 신처럼 군림하고자 하고 그것이 깨어질까 노심초사한다. 학생들보다 자신은 더 완벽하게 많이 알아야 하고 그렇게 하기위해 쿠퍼교수는 지나칠 정도로 지식에 집착하고 스스로 완벽하기를 요구한다. 이것이 유지되어야 스스로 학생 위에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똑똑하지만 성실하지는 않은 게르버, 그의 신념은 기본부터 오류가 있다. 수업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알려주지도 않은 도구를 챙겨오는 사람은 아첨꾼이며 성적을 잘 받기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경멸한다. 스스로 생각해 학생들이 지켜야할 규율이 불합리하다면 날카롭게 지적하고 반항해 끊임없이 사소한 갈등을 빚는다. 쿠퍼교수와 게르버의 갈등은 살벌하다. 이는 쿠퍼의 편집증적인 성향과 소시오패스적인 인격에도 문제가 있다. 한편으로 게르버의 아버지는 우리의 아버지와 비슷해 공감이 되었다. 쿠퍼교수와의 대립을 아들 게르버가 피하길 바랬고 학교에서 진리와 정의 사랑을 배우기를 바랬다. 게르버의 기막힌 결말이 읽는 독자를 분노하게 한다.
절대권력을 휘둘러 학생을 파멸시키는 것이 교사가 추구하는 교권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당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쿠퍼교수의 모습에서 강한 분노를 느끼며 과거 우리의 학창시절속 알량한 권력을 휘두르며 교사답지 못했던 인간들도 소환되어 기억이 났다. 당장 찾아내서 불합리했던 점을 따지고 지금이라도 바로 잡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치기도 했다.
학교는 진리와 정의, 사랑을 가르쳐야 하는 곳임은 분명하다. 학생들이 인성을 배워 바른 어른으로 성장하는데는 교육자의 몫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가르치는 교사도 배우는 학생도 서로를 존중하고 믿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완성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