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휴머니즘이 이 작품의 핵심 주제가 되어 기축을 형성하고 아이러니와 풍자로 균형을 잡아 전개하고 있는데 그가 전하는 웃음의 미학을 들여다보는데 주안점을 두고 읽으려 노력했다. 에라스무스는 이 책의 초입에서 토마스 모어에게 책을 헌정한다고 남기며 이후 이 작품이 그 시대의 사회에 미칠 영향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라스무스는 교훈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하였지만 이 책을 읽을 때 특히 독자들이 유쾌하게 웃으며 정신적 고양을 성취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시시하거나 우스운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독자들에게 더 유익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전략을 택하였고 신중하기보다 경박하게, 묵직한 진중함보다는 가볍게. 신랄한 비판보다는 웃음이 때때로 더 훌륭한 가르침이 될 수 있음을 우신예찬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에라스무스가 간절히 원하는 독자는 즐거움과 웃음을 통한 정서적 치유와 수용이 가능하기를 바라며 희극적 은유 방식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시작부터 자신이 신과 인간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존재라며 천연덕스럽게 자화자찬하는 우신을 만나게 되어 더 몰입하게 만든다. 씨를 뿌리지 않고 밭을 갈지 않아도 모든 것이 저절로 자라나는 행복의 섬 마치 유토피아와 같은 그곳에서 태어난 우신은 여신이라는 점! 그녀가 연설하는 방식은 웃음을 자아낼 만큼 변화무쌍하다. 횡설수설하지만 진심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을 보이고 인위적인 정교함보다 자연스럽게 허술함을 들춰내어 웃음의 여유를 주는 것이다. 생명력을 찬사하는 우신은 인류를 존속하는 힘이 개인의 어리석음에서 나오고 그로부터 웃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때는 반드시 우신이 요구하는 바보적 상상력을 독자가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 행복의 섬에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넘쳐나니 이러한 배경 가운데에서 살아가는 우신을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지만 그의 익살 섞인 이야기에 웃을 수 있음을 인지한다. 우신의 탄생과 성장과정도 도덕적 규범에 기준한다면 비정상적으로 보이나 탄생의 방법이 반드시 결혼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어 우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좀 더 생각해 보아야 알 일이다.

자기 자신이 어리석기에 어리석은 자들을 다룰 줄 알고, 어리석은 자들의 말을 들을 줄도 알아 자기와 같은 대부분의 사람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사람 말입니다. 그런 사람은 아내에게 다정한 남편이고, 친구에게는 유쾌하고 즐거운 벗이며, 기분 좋게 함 께 식사할 수 있는 손님이어서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습니다.
우신은 논리정연한 비판이 아닌 순진함과 웃음으로 독자들에게 무엇이 진실인지 이야기하고자 노력한다. 현자들이 말하는 것이 삶에서 모두 정답인 것은 아니고 논리적인 이론에 따르기보다 삶에서 직접 경험해 보기를 강조한다. 논리적인 거짓된 지식에 연연하기보다 무지에 의해 스스로 진정한 삶에 대하여 알아가는 자만이 인간이 취해야 하는 기본자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의 정체성과 배치되는 지식은 진정한 지식이 아니며 차라리 어리석음이 인간 본성의 건강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음을 말한다. 우신이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생명력에 달려있고 그 생명력의 근원은 본능적 어리석음 혹은 본래의 순진무구한 인간성에 들어있으며 행복할 수 있다면 어리석음이 지식보다 더 가치 있음을 이야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이 작품을 읽는다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일까? 예전에 한번 도전했던 우신예찬은 기본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웠던 책이었다. 문제는 번역에 있었음을 살짝 인지해 본다. 현대 지성에서 발간한 우신예찬은 각주를 통해 친절한 설명을 첨부하여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정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아니 백지여도 상관없이 친절한 설명에 의지해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