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집 오르는 마음 - 근심을 털어내고 걸음을 늦춰 나를 찾아가는 시간
최예선 지음 / 앤의서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절집 오르는 마음

최예선 (지음) / 앤의 서재

수능이 얼마남지 않은 휴일의 아침, 산사는 초입부터 분주하다. 늘어선 차들에서 선하고 간절한 마음 가득 담아 부모들의 염원이 촛불을 밝히고 공을 들이기 위해 절집을 찾는다. 나는 아무런 이유 없이도 산사를 종종 찾는다. 일주문까지 주차장 초입부터 시작되는 소나무 가득 줄 서 있고 황토길 소복 자리잡은 그 길을 너무도 애정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시작 글에 나온대로 나 역시 코로나로 인한 생활의 변화로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혼자 사유하는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고 내 삶에 자양분이 되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처럼 사력을 다해 걷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의 첫번째 이유는 내 마음의 평화였다. 책의 제목을 '산사'나 '절'로 표현하지 않은 작가의 의도 역시 '집'이라는 단어가 온기 가득한 공간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절집 오르는 마음은 열일곱 곳의 사찰과 몇몇 암자들, 고대의 폐사지들을 다녀와 포행, 친견, 합장이라는 장으로 엮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포행-'뜻을 구하는 마음'

친견-'깊이 바라보는 마음'

합장-'하나로 이어지는 마음'




나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마음이 혼란스러울때는 성당에서 기도하는 것보다 의외로 절집을 찾아 무조건 걷는 것이 나의 멘탈관리에 더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책 역시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처럼 기행을 표방해 불교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한 설명으로 가깝게 다가가기 보다 오래된 아름다움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그 속에 담긴 서사적 이야기들과 작가의 생각을 소박하게 담은 예술기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송광사는 내가 다녀온 절 중에 으뜸이었다. 특히 나는 법정스님의 글을 너무도 좋아해서 스님께서 살아온 궤적을 따라 걷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찾게 되었고 불일암까지 가기 위해서는 서둘러 가야해 이른 아침에 찾기도 했다. 스님께서 앉아계셨던 소박한 나무의자와 후박나무, 그 간결함과 군더더기 없는 정갈함을 보고싶고 닮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백학봉의 자태가 절집에 신비로움을 드리우는 백양사.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내장산 백양사는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한 절이다. 작가는 이 곳 템플스테이에서 먹은 공양을 자랑해 읽는 내내 부럽기 그지 없었다. 참 신청하기 힘들기가 임영웅 콘서트 티켓을 get하는 성공 수준이다.


관세음보살이야말로 모두의 어머니 성모처럼 돌봄의 화신이다. 대자대비, 끝없이 사랑하고 끝없이 슬퍼하는 마음을 최상위에 두고 행한다. 누구나 기댈 수 있고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존재, 세상을 구하고 생명을 이롭게 하는 존재다.

성모님처럼 온화한 미소를 띈 관세음보살상은 천주교와 불교의 화합된 결과였다. 다른 종교라도 하나의 진리를 찾아가는 길은 유사하기에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롭게 운동'에 따른 상호간에 화합이었다. 스님이 명동성당에 방문했을때 관세음보살이 나비처럼 성당안을 나풀나풀 떠다녔다고 한다.


과거로부터 이어온 적층의 사건이 더욱 가치를 발휘하는 시간. 인간이 태고부터 쌓아온 적층의 시간들과 산천의 풍경이 합쳐 화합하며 수행하고 기도하는 공간 절집이 탄생한다. 우리의 기쁨과 행복도 절집을 찾으며 걷고 사유하고 있는 가운데 소록소록 태어난다.



 출판사지원(앤의서재) 서평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