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시골 의사 책세상 세계문학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종대 옮김 / 책세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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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책세상 문고


기생충, 벌레보다 못한 인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경제적 기능을 상실하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며 밥만 축내고 타인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사람을 이렇게 일컫는다. 변신은 딱 그런 이야기였다. 이는 타인에게 국한된 것만 아니라 그 대상이 지금까지 가족 모두의 경제를 책임졌던 사람이었더라도 예외는 없었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함 꿈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에서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만약 이런 일이 자신에게 생겨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왜 벌레로 변했을까? 어떻게 하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의 외로 잠자는 자신의 출근을 걱정하며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한다. 잠자는 가족들을 대신해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는 조건으로 일하고 있는데 가족들 모두 잠자만 바라보고 있는 터라 그의 임무는 막중하며 일을 못한다는 것은 온 가족의 고통으로 다가올 것임에 불안이 그를 엄습한다.


부모님과 여동생이 이렇게 아름다운 집에서 이렇게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해 준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이 모든 평온과 풍요로움, 만족감이 끔찍하게 끝나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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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를 돌보는 것은 여동생의 몫이었다. 오빠를 의식해 가급적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최선을 다해 오빠가 좋아할 음식으로 살짝 가져다 두고 먹다 남은 음식은 치우기도 하며 벌레가 된 오빠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 방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잠자는 여동생이 자신과는 다르게 음악을 무척 사랑하고 바이올린 연주도 잘 해 비용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내년엔 음악원에 보낼 것이라 계획하고 있었다. 큰돈이 들지언정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라고 아니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동생과 각별한 사이였으니 벌레로 변해버린 오빠의 모습에 외면하기보다 놀랄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이 직접 돌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동생이 들어올 시간보다 일찍 잠자의 방문을 열었을 때 잠자는 흉측한 자세로 서서 창밖을 내다보는 벌레의 모습이 동생에게 보인다. 반응은 생각보다 싸늘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과정의 이면이 더욱 서로를 공포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긴 병에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잠자를 대신해 가족들은 하나씩 자신의 일을 찾아가고 있었다. 5년을 휴가처럼 집에서 쉬고 있던 아버지는 무뎌진 몸을 일으켜 금단추가 달린 제복을 입고 은행원들의 도시락을 날랐고 어머니는 바느질로 소일거리를 시작한다. 여동생도 판매원 일을 시작하며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가족 충분히 일 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잠자에게 의존해 살아왔다는 것인가? 한편으로는 잠자가 측은하기도 했고 어리석어 보이기도 했다.


제복을 벗지 않고 소파에 기대 졸고 있는 아버지는 다음 날 출근하려면 침대에서 제대로 자야한다며 딸과 아내의 부축을 받을 때, 이런 게 노년의 행복이라며 말하기도 한다. 아버지는 그동안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가족들이 경제활동을 시작하자 자신에게 보여주는 관심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는 벌레로 변한 잠자를 첫날부터 방으로 밀어 넣기도 하고 부인과 딸을 괴롭히는 줄 오해해 사과를 던져 벌레로 변한 아들에게 가해를 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자식이라도 가족에게 해가 된다면 필요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받았다.





변신은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 지던 가장이 벌레로 변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과 어떻게 가족들의 심경에 변화가 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현재의 시대에도 퇴직한 아버지는 평생을 가족들을 위해 노력했지만 은퇴 후 삼식이 대접을 받기도 하듯 사람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살아간다. 가족을 부양하는 경제적 기능을 통해 스스로를 확인하며 살아왔던 잠자는 점점 가족들에게 엮겨우며 집안의 경제생활을 방해하는 해충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방 안에서는 자유롭지만 방 밖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경제력을 상실한 존재는 자유롭기보다 벌레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벌레로 변한 잠자 덕분에 큰집에서 여유롭게 살았으나 잠자가 경제력을 상실하자 큰집이 부담이 되기 시작한다. 가족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잠자를 이사 갈 집으로 옮기는 것이냐 였다. 그러면서 가족들은 잠자를 더 이상 자신들의 가족으로 보지 않고 벌레로 인식하며 합리화한다. 어떤 미련과 동정도 없이 마무리 지어지는 것을 보며 자본주의에서 가족, 아니 인간의 가치가 오직 경제적 활동에 좌우됨이 안타까웠다. 초자연적인 사건 하나로 시작된 변신은 가족의 관계가 경제적 가치에 한정될 때 사람일지라도 벌레로 보일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그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예견하고 미래를 쓴 천재 작가로 보인다. 그는 1908년 보험회사에 일하며 관료기구의 문제점과 노동자의 열악한 여건, 자본주의의 냉혹함, 개인의 소외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경험이 소설이 된 것이고 미래를 본 것이었다. 그나마 그의 작품 중 가장 이해가 쉽다는 변신을 읽으며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세계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천천히 그의 글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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