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1984BOOKS


사방에 봄기운이 감돌고 ,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꽃들이 터질 준비를 하며 , 꽃향기가 떠돌기 시작하는 4월 끝자락의 화요일...그저 누구에게나 돌아오는 평범한 4월의 화요일일 뿐이다. 보뱅은 단순한 것도 단순하지 않게 표현해버리는 언어의 마술사이다.


실상 『가벼운 마음』의 전체적인 내용은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저 늑대를 사랑했던 소녀일 뿐이고 방랑벽이 있을 뿐이며 서커스단에서 잡일을 하며 얹혀 살았던 한 가정의 딸일 뿐이다. 다른 어느 것도 아닌 사소한 것들에 사랑이 깃들어 있음을 알고 그 사랑을 내치지 않으며 의식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고 가벼운 마음으로 사랑을 찾아다닌다.


그저 주인공 뤼시가 사랑한 것은 늑대도 로망도 괴물 알방도 아닌 자기자신이었음을 읽었다. 아무것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뤼시의 어머니는 자신이 딸을 아주 잘 키웠다고 생각한다. 딸이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것도 가끔씩 집을 뛰쳐 나가버리는 것도 리쉬가 자기마음에만 귀 기울이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아버지는 치유가 불가능할 만큼 모든것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사람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해내는 일은 절대 없는 모순된 사람이라 하겠다.


어릴적 할머니는 리쉬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이고 누구도 자신에게서 즐거움을 빼앗아 가지 못하도록 하라는 것을 당부하셨다. 결혼할 때 처음의 즐거움이 사라지자 로망과의 사랑도 가볍게 종지부를 찍는다. 실상 리쉬는 그다지 로망을 사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한다. 리쉬는 자기 자신을 사랑했기에 누구도 자신에게 무엇이든 강요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모든 골치 아픈 일은 그때가 되면 생각하는 것이지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단순한 생각이다.


불쌍한 로망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내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랑의 입자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의 입자들과 뒤섞여 사방을 떠돌아 다닌다. 때때로 입자들은 응결하고, 우리 머리 위에 비가 되어 내린다. 때로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봄날에 쏟아지는 소나기 만큼이나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다. 결혼생활의 문제는 우산이 필요하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PAGE106






책을 읽으면서 독자를 뒤흔드는 것은 전체적인 스토리 숲보다 그 안에 심어진 한그루의 나무들에 감탄할 뿐이다. 어쩌면 보잘것 없는 사물과 일상들에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들을 입혀 고운 자태로 만들어 두었다는 것이다.


열 살과 열 일곱 살 사이에, 내 마음은 바람이 드나드는 통로가 된다. 사람들이 그곳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나온다

page82


때로는 가장 깊은 감정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모든 감정에는 지울수 없는 희극적 요소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감정의 깊이는 사랑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때가 많고, 모두 이기심과 연관되어 있는게 틀림없다. 우리가 우는 것은 자기 자신 때문이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 뿐이다.

page116


“가끔은 일단 저질러야 한다. 이해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일을 왜 했는지 깨닫게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어떠한 제약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고 "그 후엔, 그 때 생각하자”라는 단순한 주문이 모든문제들을 합리화하며 그녀를 가벼운 마음을 향해 나아가게 한다. 리쉬의 유년을 함께 한 서커스단은 유랑의 삶을 표현하는 듯 했고 그녀와 닮아있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영혼처럼 사랑도 그 무엇도 그녀를 한자리에 머물게 하지 못한다. 자유롭고 싶어했던 한 영혼의 삶을 아름다운 언어로 기록한 글, 그 가벼움이 보뱅을 통해 아름다운 글이 되고 책이 된 것이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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