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사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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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오노레 드 발자크 / 민음사

처음 만난 오노레 드 발자크의 글에서는 작가만이 가지는 고유한 개성을 찾을 수 있었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묘사가 그의 성격, 인물, 인성까지 알아낼 수 있을 정도로 독자의 흥미를 사로 잡는다. 그의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역사적 배경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필요로 한다. 1800년대 초반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 후 황제로 등극하였을 때 공화파와 왕당파의 정치적으로 치열한 대립과 암투가 나타날 때 였다.

『어둠 속의 사건』은 1800년 상원의원을 지낸 실재하는 역사 속 인물 클레망 드 리 납치사건을 작품의 기원으로 삼아 그 사실의 궤적을 추적하여 만든 오노레 발자크만이 추구하는 최고의 역사 정치소설로서 리얼리즘과 추리기법을 오롯이 이 한 작품에서 즐길 수 있었다.

1장은 독자들의 흥미를 충분히 이끌어 낼 전체적인 소설의 대략적인 배경을 설명하는데 프랑스 오브현 에서 가장 풍요로운 대지인 공드르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땅은 왕실의 미움을 산 드 시뫼즈 후작의 소유였고 이후 자신의 쌍둥이 아들에게 증여한다. 후작의 소유지를 관리하는 사람은 미쉬이고 그는 오랜 기간 관리를 하며 자신이 땅의 주인이나 다름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드쉬미즈 후작이 독일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 받은 후 그 비옥한 영토 공드르빌은 국유재산으로 매각된다.

후작은 고아인 미쉬를 일찌기 거두어 들여 자신의 성에서 기른 다음 관리인 자리까지 앉혀두었다 . 후작 부인의 은혜를 가득 받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미쉬는 배은망덕한 행위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자 한다. 공드르빌을 이후에 취득한 '마리옹' 역시 노후작 가문의 집사노릇을 했던 사람의 손자이며 그 역시 영지의 관리인으로 미쉬를 고집하고 봉급외에 매매 이익까지 나누고 있다. 이 후 마리옹은 공드르빌 영지를 '말랭'에게 헌납하다시피 매각하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미쉬는 마리옹이 자신에게 영지를 팔지 않았다고 격분한다. 미쉬는 극도의 위험인물로 지목되어 경찰부 장관을 통해 감시를 받고 있다.

관상의 법칙은 성격에 적용하는 것 뿐 아니라 , 인간의 운명과 관련해서도 정확한 것이다. 앞날을 예견해 주는 관상이 있다.

흔히 듣는 관상에 관한 대화들을 보면 이것이 진부한 논리라고는 말할 수 없을 듯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현재 살괭이 사냥을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는 미쉬를 깊은 근심을 담아 바라보는 부인과 늙은 장모의 시선은 강한 복선을 주고 있나 보다. "운명은 격렬한 죽음을 맞이할 사람들의 얼굴에 그 낙인을 찍어 놓는다!"고 하니 그의 사냥길에 어떤 사건이 생겨날지 호기심이 가득해진다.


몰락하는 세력과 뜨는 세력의 간극 속에서 이리저리 기회를 엿보며 올라타려는 세력들 ...말랭은 자신의 행운은 타인의 경제적 파멸에 달려있다고 믿는 비열하고 옹졸한 생각의 소유자이며 항상 미쉬의 재산을 탐하는 비올레트를 시켜 미쉬를 감시하게 한다. 말랭은 속 빈 깡통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출세욕이 있어 일찌기 왕당파와 내통하고 있었고 자신의 출세를 위한 일이라면 어떻게든 줄을 대고 인연을 맺고자 무던히도 애쓰는 인간이다. 실제 사건인 클레망드리 납치사건의 모티브가 되어 말랭의 납치 사건이 소재가 되었고 이 용의자로 드 시뫼즈 쌍둥이 형제와 미쉬가 지목되어 전개되어 가는 과정들이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 각자가 베일에 가려진 비밀을 한가득 품고 있어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다시 앞으로 돌아와 이해해야 할 만큼 인물 구성이 독특하고 탄탄함을 느꼈다. 신중해 보이는 도트세르, 사려깊고 지혜로운 노귀족 샤르주뵈프 후작을 통해 작가의 식견이 드러난다. 세상은 변하는 것이고 그것과 타협해 나가는 것이 남아있는 사람들의 과제라는 가르침 말이다. 

책을 읽으며 미쉬라는 인물에 대해 유다등으로 표현되어 있어 부정적인 시각이었는데 발자크의 훼이크였을 뿐이고 그는 이 소설이외에 발자크의 다른 여러 소설에도 등장하는 충직하고 헌신적인 집사였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은인인 시뫼즈 후작의 가문을 살리고자 자코뱅으로 위장해 온갖 수모를 견디다 결국 참수당하는 모습에서 의리를 읽었고 쌍둥이 형제를 사랑하는 로랑스의 희생에도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겪어 나간 역사속 희생양임을 읽어냈다. 푸셰나 도트세르 같은 인물 역시 순응하고 복종하는 모습 속 한켠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으며 시대를 막론한 우리 자신의 모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어둠 속에 있어도 드러나질 것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개인들의 삶의 괘적을 통해 프랑스 현대사의 귀결을 보여주는 지극히 현실적인 오노레 드 발자크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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