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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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임레 케르테스 / 민음사


책의 제목만으로도 독자는 다양한 상상에 빠진다. 아기에 대한 부모의 간절한 염원이나 혹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후회가 상상되었다. 작가인 임레 케르테스는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기숙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얼마 후 유대인 박해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고통을 받는다. 이 후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데 주력하며 글을 써 나갔다. 곧 이 글은 자신의 삶이 투영되어 있는 글이었다.


우리의 본능이 우리의 본능에 반하여 작동하는것이, 말하자면 우리의 반(反)본능이 우리의 본능을 대신하고, 더욱이 본능인 것처럼 작동하는것이 이미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라는 본능에 대한 서술에서 탁!하고 막혀 버렸다. 이렇게 어려워도 되는 것인가 . 나의 문해력을 탓하며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 다시 생각해 보건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으로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싫어도 싫다는 소리를 못하는 자리가 있듯 좋아도 혹시 가볍게 보일까 나를 누를때가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부담을 가지고 살아낸다.


작가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언어의 유희들로 독자들을 잡아 끄는 이유 또한 이 책의 중요한 특징이 된다. 이 모든 글 안에는 작가의 인생관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엉뚱하게도 그는 신경증이나 과거의 트라우마가 스스로를 엄습해 올때 강한 창작의 욕구를 가진다고 한다. 유대인으로 살아오면서 그와 그의 아내가 겪은 지독한 삶의 고통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자신이 겪은 유대인으로서 삶의 지독한 고통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던 작가는 누군가가 물어오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에 과민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인생에 아이는 없을 것임을 강하게 주장한다. 살고 싶었던 아내는 결국 그를 떠난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듯 나치로 부터 받은 고통에 케르테스의 강한 혼란이 보여져 안타깝기도 했다.


내 시선이 공포의 검회색 짙은 안개 너머로 어떤 움직임을, 세면대 쪽으로 나를 부르는 그 독일군 병사의 손동작을 알아차렸고, 그 독일군 병사가 나를 향해 흔들던 손에 들려 있는 걸레를 , 그리고 미소를, 그 독일군 병사의 미소를 알아차렸다. 다시 말하자면 그 병사는 그저 세면대를 닦고 있을 뿐이고, 그의 미소는 그저 언제든지 세면대를 써도 된다는 것을 표현한 것 뿐이라는 사실을 내가 천천히 깨달은 것이다.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던 독일군이 자신을 향해 긍정의 미소를 짓는것 , 이는 곧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은 그 자리에 가만히 같은 모습으로 있지 않는다. 끊임없이 순환적으로 변화하며 혼란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작품을 읽으며 선행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자신에게 여러번 전달되는 배식을 끝까지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 선생님' 의 모습에서 그런 사람은 과거나 지금이나 어느 곳에든 존재한다는 생각을 한다. 반면 그들의 선행은 합당한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자기희생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여타를 따지지 않고 소신껏 희생한다. 작가의 경험에서 악은 합리적이고 설명 가능한 것이나 선은 그렇지 않다. 작가의 생각은 그러한 선생님의 삶이 진정한 자유이고 복잡하게 말했던 본능인 것이다. 내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하는 것.


작가의 말처럼 아버지에 대한 기억에서 통치와 권위를 신과 동일시하게 생각해 내듯 강제 수용소에서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뒤섞여 자신이 나쁜 아들이고 나쁜 학생이며 나쁜 유대인이었음을 아내에게 말한다. 유대인이기에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에게 받은 강한 훈육과 견뎌냄, 좌절 과 수용소에서의 지옥 같은 삶의 기억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자 한다.


결국 자신이 살아오면서 격은 극한의 고통을 생생히 그려내 독자들에게 전달하며 '행복이란 어쩌면 너무나 단순한 것'이라고 말하며 평범함에서 오는 행복과 그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하는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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