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이야기(하)

제프리 초서/을유문화사

상편과 더불어 하권에서도 다양한 신분과 직업의 여행객들이 당시대의 여성관이나 타락한 종교와 신앙, 그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 등을 주제로 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탐욕과 불신으로 얼룩진 재판관이 비르기니우스의 딸을 차지하기 위한 그릇된 재판이나 딸의 불행을 감당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떠한 대책도 없이 딸 비르기니의 죽음을 선택하는 어리석은 아버지 비르기니우스의 행동이 무척 허황된 설정 같아 보였다. 의사의 이야기는 결국 권선징악의 결과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보였지만 "죄가 그대를 망쳐버리기 전에 죄를 버리라"라는 조언에 끼워 맞추기 위한 억지 이야기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당 시대 종교의 타락은 어느 정도 였을까? 어리석고 불쌍한 서민들의 돈을 빼앗아 가기 위한 종교적 병폐의 끝을 보여 주며 로마교회는 어느 정도 선행을 쌓고 살았다고 생각하는 신도들에게 교황님의 권한으로 모든 죄를 용서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교회에 제물을 기부하거나 단식이나 순례를 행했을 때 죄의 면함이 주어졌고 교회의 타락이 더욱 심해진 말기에는 아예 서민들의 돈을 긁어 모으기 위해 면죄부라는 증서를 발행하기도 했고 이를 판매하는 면죄부 판매인이 대놓고 존재하였다. 그의 이야기에는 과식과 식탐을 주의하라는 말로 시작하여 금주와 도박에 대해서도 논한다. 거짓 맹세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럴듯하게 이끌어 나가다 결국 죄사함을 위해 봉헌하여야 하고 면죄부를 팔기 위한 상술임이 보여 씁쓸하기도 했다.

하권에는 종교인들의 이야기가 많았고 이에 따라 성경구절이 예시로 많이 들어졌다. 성경 속 삶과 지력, 사람들과의 유대 등을 통한 지혜로움을 답습할 수 있으며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들을 더불어 배우기도 한다.

당신이 스스로에게

너무 추악한 자가 되지 않도록

당신의 가치를 기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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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을 읽으며 1인칭 시점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화자가 토파스 경 이야기를 운문으로 이끌어 나감에 여관 주인이 지겨워 못 듣겠다고 이야기를 막자 교훈이 될만한 멜리비 이야기를 전하는데 보충설명으로 초서의 이름이 나와 화자가 누구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중세의 작품들에서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와 작가가 동일시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에서 제프리 초서는 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고 제3자가 되어 풍자하기도 해 한층 이야기를 살려 주었다는 생각이다.



제프리 초서 특유의 재치와 재능으로 섬세하게 쓰여진 캔터베리 이야기는 초서 특유의 예리함으로 잘 다듬어져 영어가 문학의 언어로 발전할 수 있도록 영국 전통문학의 독특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통해 당 시대의 지배계층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고 성직자 계층과 다양한 사람들의 계층이 순례자로 등장해 그들의 직업군도 알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전쟁과 흑사병, 영국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등을 엿볼 수 있었고 예민한 사안들도 어렴풋이 읽어낼수도 있다. 설교가 성직자의 탐욕을 만족시키는 수단이 되었음을 알려주었고 계층간의 갈등과 가치관도 보여주어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볼수도 있어 유익했다.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모티브로하여 지금의 시대를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을 대상으로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가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면죄부가 지금의 시대에 과연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시대와 같은 여성차별이나 전쟁, 빈부격차에 의한 사회적 계층간의 갈등과 불신 등 캔터베리 이야기 만큼의 재미와 현 시대의 더 많은 직업군들로 채워진 이야기가 쓰여진다면 또 다른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상상을 해보며 마무리 하려고 한다.



을유문화사 협찬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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