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중요성이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리고 난폭한 왕을 교화 시킨 이야기다. 웬 뜬금없는 옛날이야기? 그렇다. 이 소설은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집 속 한 이야기이다. 급 우울하고 저기 지하 몇만 미터 아래까지 가라앉을 심연의 글을 쓰던 다자이 오사무가 이런 글을 쓰기도 했다. 실러의 시와 옛 전설을 잘 조합하여 단편으로 만들었는데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추앙하는 나로서는 새롭고 혁신적인 만남이다.
양치기 메로스는 열여섯 여동생의 결혼을 준비하기 위해 들과 산을 넘고 도시로 나간다. 그곳에서 간교하고 포악한 왕의 이야기를 듣고 격노 하기 시작한다. 청정 자연에서 살아가는 메로스는 신념도 청정하여 사악함에 대해서는 유달리 민감하다. 포악한 왕의 횡포는 이러한 메로스를 충분히 화나게 만들었고 왕이 거처하는 성으로 찾아가 로켓단도 아니면서 정의의 이름으로 왕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참 뭐라 표현하기 막막하지만 이 청년 무모하다. 둘도 없는 친구 석공 세르눈티우스가 도시에 살고 있는데 서로는 만난지 2년이나 지났다. 신뢰의 힘은 여기서도 발동해 친구를 인질로 왕에게 바치고 자신은 3일 동안 동생의 결혼식을 치르고 오겠다고 한다. 친구인 석공 세르눈티우스는 또 무슨 죄인가! 동의도 구하지 않고 당연히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를 성으로 불렀고 이 좋은 사람 세르눈티우스는 친구 메로스에게 어서 다녀오라고 한다. '달려라 메로스'도 좋지만 '착하다 세르눈티우스'의 이야기도 좋을 법하다.
3일이다. 3일 안에 고향으로 돌아가 동생의 결혼식도 끝내야 하고 서둘러 도시로 돌아와 인질로 대신 잡힌 세르눈티우스를 살려야 한다. 그러니 메로스가 걸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