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9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지음,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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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이야기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 문학동네


18세기, 『자신을 이끌어 줄 남자와 결혼 해 순종적으로 살아가는 착한 여성』이 그 시대 영국문학 기준의 여성상이었다. 그 와중에도 남성 권위주의에 도전하며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용맹한(?) 여성들이 존재했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이 여성을 만났다. 철딱서니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 말라는 일을 굳이 하며 후견인 도리포스 신부의 속을 뒤집고 자신을 드러내는 밀너 양이 그 인물이다. 철 없고 변덕스러우나 아름답다. 이 시대 작가들이 글 쓰는 구성요소 중 하나가 이 포인트 였나보다. 말괄량이 아름답고 철없는 여성을 교화시키고 현명한 남자 주인공을 만나 결혼에 성공하는 스토리~


아기 때부터 그녀는 원하는 것은 모두 끔찍히 어리석은 정도까지 다 얻었고, 통제하려는 불쾌한 목소리에는 늘 흠칫하곤 했다. 그녀는 아름다웠고, 아름다움의 높은 가치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었으며 , 남자의 마음을 새롭게 정복하지 못한 순간은 모두 나태하게 낭비하며 보내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page23


밀너 양의 아버지 밀너씨는 자신이 죽으리라는 것을 감지하고 자신과 지극히 신실한 우정을 나눈 도리포스 신부에게 딸의 후견인이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도리포스신부는 가톨릭 철학만을 받아들이고 깊은 수도원안으로 숨기보다 정의. 용기. 절제를 실천하며 사람들 가운데 머무르며 미덕과 원칙을 견지하는 카톨릭 사도이다. 표현되어 있다시피 밀너양은 아름다웠다. 한편으로는 런던으로 와서 도시의 온갖 즐거움을 누리느라 시시때때로 나가 즐기기에 바쁘다. 도리포스 신부는 후견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심초사하며 철없고 어린 밀너 양을 우월함과 현명함으로 교화시키고자 노력한다. 이 소설의 전반부는 독자를 교묘하게 속인다. 밀너 양의 철없음을 강조하며 바로 잡기에 고심하는 도리포스 신부가 안스럽기까지 했다. 거기다가 도리포스 신부의 멘토인 샌퍼드 신부가 나타나면서 더 밀너양의 일상을 옥죄고 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밀너 양의 철없음을 꾸짖으며 도리포스 신부의 마음을 읽어내고 동화되기도 했다.





그녀는 받은 모욕을 용서해 주는 너그러움은 있었지만, 타협하고 양보하는 겸손함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page62


밀너 양은 샌퍼드 신부를 좋아하지 않았고 앙심을 품을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싫었다. 사사건건 둘은 부딪힌다. 읽을수록 후견인인 도리포스 신부님도 희안한 성격이다. 완전 꼰대다. 진심 신부님이 후견인 밀너양의 올바른 삶의 선택을 위한 구속인지 아니면 밀너양을 이성으로 생각하는 구속인지 헷갈리고 있다.


밀너 양에게 끝없는 구애 중인 프레더릭경에게 퍼부은 모욕은 도리포스 신부의 현재 심리적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냥 막무가내로 그가 싫고 밀너 양 근처에서 얼씬거리는 것도 보기 싫은 우리의 후견인 도리포스 신부는 내적갈등으로 괴로워 한다. 누구에게 이 마음을 전할까...누구에게 털어놓고 위안을 받을까... 도리포스 신부는 사제답게 신을 찾는다. 자신을 위로해 달라는 기도. 독자로서 이 책을 읽으며 나이 많은 후견인과 철 없는 어린 여자와의 사랑이라는 어렴풋이 예측되는 결과가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리포스, 그는 모순적인 인물이었다. 타인의 원칙에 어긋난 행동은 못 참으면서 자신은 하고 있다. 그는 섬세하고 예민하며 내적으로 강렬한 욕구를 가진 인물이다. 자신의 신분에 그릇되지 않게 억제하는 모습을 보이며 더욱 원칙을 강조한다.


아름답고 사랑받던 밀너 양, 그녀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더이상 사랑받지 않는다. 더 이상...덕을 지니고 있지 않다.

page246


세월은 흘렀고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은 변했다. 도리포스 그는 더 이상 경건하고 선한 사제가 아니다. 그 동정심 많고 정의로웠던 사람은 이제 무자비한 엄격함과 불의의 표본인 엘름우드경이 되어버렸다. 그는 아이 어머니의 죄악에 대한 앙갚음을 그들의 사랑의 결실인 딸에게로 되돌리며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거부해 버린다. 이 시점에서 처음 밀너 양의 아버지인 밀너씨가 딸을 두고 떠나며 했던 모든 근심을 부질없게 만들어 버린다. 믿고 맡긴 후견인 도리포스 신부는 지금 그 딸을 가장 힘들고 괴롭게 반드는 장본인이 되었다.


도리포스 신부와 밀너 양의 결혼생활 중 행복했던 시기는 딱 4년이었다. 그는 엄마를 닮아 아름답고 예쁜 딸 우들리를 얻었고 누구보다 그 딸을 사랑했다.피치 못할 사정으로 잠시 떨어져 살았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녀 밀너 양이 도리포스의 부재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다시 사교계로 들어가게 되었고 외로워서 그렇다는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기도 한다. 이 후 그가 돌아오지 못했던 이유를 알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밀너 양은 사랑하는 딸을 아버지 도리포스에게 두고 나오며 스스로에게 가혹한 벌을 내린다. 그녀는 몰랐을 것이다 딸과 자신의 이별이라는 벌보다 남아있는 딸아이가 겪어야 할 고통이 더 가혹했음을...


진정 사랑한다면 상대를 시험해 보려는 생각은 헛된 짓이다. 도리포스 신부는 그녀 밀너 양을 자신만이 고집하는 현모양처라는 틀 속에 가두려고 했다. 밀너 양은 도리포스 신부가 자신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약점까지도 사랑해야 한다고 시험하려고 했다.결혼 생활에 정해진 관습이나 틀을 갖추는 것은 비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왔고 가부장적 행태의 상처 투성이로 남는다. 연속되는 어머니의 삶과 딸의 삶 속에서 여성의 올바른 교육에 대한 메세지를 읽어내지만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소설의 제목을 단순하다고 표현한 이유를 조금은 이해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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