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앙드레 지드 / 열린책들
신앙인으로서 가져야 할 자기희생에 정해진 수치가 있을까?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인 좁은 문은 지상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대로 행복을 얻을 것인지 하느님의 뜻에 따른 천상의 성스러움을 향할 것인지 각자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이 같은 듯 달랐던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허약하고 예민한 제롬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6월이 되면 습관처럼 어머니와 함께 외삼촌 집으로 떠난다. 이곳에는 외사촌 로베르와 쥘리에트, 그리고 주인공보다 나이가 많은 알리사가 있다. 알리사는 늘 진지했고 불륜으로 집을 나간 엄마에 대한 지우기 힘든 상처가 있었으며 제롬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신뢰해 나간다.
주일 예배 때 알리사와 더불어 들은 설교를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
제롬은 평생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이 알리사임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알리사와 함께 하기로 다짐한다. 청교도적 분위기에서는 가능했던 외사촌과의 결혼은 실제 앙드레 지드 자신의 이야기가 투영되어 있다고 한다.
깊은 신앙심을 지닌 알리사는 세속적인 사랑과 현실의 행복을 지향하는 사랑보다 신성의 가치를 쫓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청교도적 종교 규율이 제롬에 대한 마음을 억누르게 했고 자신에 대한 제롬의 사랑이 오히려 그가 신앙적으로 성숙해지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거리를 둔다. 제롬에게 강하게 이끌리는 마음을 부정하고 그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사랑은 하느님 안에서만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내면적 고행과 극기의 고통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독자가 읽어내기에 알리사의 신에 대한 사랑과 추종은 자신의 행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여 답답한 마음뿐이었으나 앙드레 지드는 자신의 고뇌를 알리사를 통해 폐쇄적이고 금욕적인 청교도 문화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명상록과 설교들 하나하나가 둘 사이를 갈라놓는 매개체일 뿐이었고 제롬에게 쓴 알리사의 편지는 점점 더 혼란스럽고 절박해져 간다. 도통 속을 모르는 동전의 양면 같은 성격이다. 우유부단에 갈팡질팡... 한갓 상상에 지나지 않는 것에도 끔찍한 현실성을 부여하고 두려움과 흐느낌 밖에 들리지 않는 편지를 부여잡고 알리사에게 애원하는 제롬을 보면 딱하기도 하고 어리석어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