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짊어진 당나귀 히말라야를 걷다 - 여행은 연애처럼 인생은 축제처럼
임대배 지음 / 아라크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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짊어진 당나귀

히말라야를 걷다.

임대배 / 아라크네


『여행은 연애처럼 인생은 축제처럼』이라는 책 표지의 슬로건이 퍽 마음에 들었다. 여행이란 단어는 계획을 잡는 순간 미친 듯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 연애를 시작할 때 설레는 마음처럼 기대와 상상들이 온통 머릿속을 가득 채워 마치 놀이 기구를 탄 듯 울렁거리게 하는 느낌말이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우연히 읽게 된 이웃님(@lethym)의 일상 글 때문이다. 글쓴이의 글에 대한 진솔함을 읽게 되어서이다. 매일 조금씩 의식의 흐름대로 포스팅을 하다 보니 재주가 상승한건지 어느 순간 타인의 글에서 꾸며 쓰지 않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담백하고 가식 없는 깔끔함을 읽을 때가 있다. 햇살 좋은 날 야외 테라스에서 깔끔한 레몬홍차 한 잔을 마신 기분 말이다.


이분 이력도 화려하시다. KBS 인간극장 PD 하셨던 분이니 글이나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좀 남다르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본인 말씀으로 어설프게 책도 한 권 쓰셨다고 하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어 슬쩍 책 제목을 여쭙고 읽게 된 것이다. 어려운 수식어들로 에둘러 작성한 기행문이 아니고 지식으로 차려입은 듯 뽐내지 않으며 소박하게 인문학적 지식과 내공이 가득 차 있는 남다른 묘사력과 글재주에 감탄하고 편안함을 읽었다.


좋아하는 선배의 히말라야 트래킹 제안에 덜컥 가겠다고 하고 설레는 여행을 기대했지만 결은 좀 달랐다. 고생여행이었다. 불편한 잠자리와 입에 맞지 않는 음식들이 곤욕이었고 배설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편안하게 수행해 낼 수 없음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였단다. 수월하고 편한 트래킹이 세상 어디있을까? 작가의 궁극적 목적은 산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나고 자신을 되돌아 보겠다는 작은 소망인듯 보였다. 속옷이 흠뻑 젖도록 땀을 흘렸고 상쾌한 바람에 잠시 기쁨을 얻기도 하며 랄리구라스 붉게 피는 자연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 안에서 오르막,내리막,흙길과 돌길을 만나며 인생을 읽었다.


특히 읽으면서 나를 멈칫하게 한 부분은 이 책의 제목인 책을 짊어진 당나귀이다. 히말라야에서 당나귀는 매우 유용한 운송수단이며 몸집이 작은데 비해 힘이 세 길에서 흔히 마주친다고 한다. 말보다는 몸집도 작고 순박하게 생긴 당나귀를 볼 때마다 풀떼기만 먹고 매일 무거운 짐을 지어 나르는 모습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를 책 읽는 사람에 비유한 모습이 흥미로웠다.


책에만 의존한, 책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지식은 얼마나 열등한 것인가?

- 몽테뉴 『에세』


책만 죽어라 읽는데 지혜와 창의력은 늘상 제자리인 내 모습이다. 주구장창 input만 하고 output은 제 역할을 못하니 몇 권 읽었느니 권수만 채워지고 보여주기식 주먹구구 독서를 하는 꼬락서니이다. 작가의 말처럼 위장에 고기를 가득 채웠지만 소화할 능력이 안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말이다. 읽어낸 책들을 요약하여 정리하고 작가처럼 이곳 저곳으로 옮겨 나르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나의 독서법이니 당나귀와 다를게 뭐 있을까...반성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겸손하게 자신을 책을 짊어진 당나귀에 비유하였지만 글 중간 중간 삽입된 인용구에서 보면 인문학적 지식없이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사물에는 조화라는게 있지 않은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곁들어진 인용구절들이 파란 하늘에 한점 양떼구름 같다는 생각이다. 따로 또 같이!!!


작가와 같이 걸으면서 읽어낸 히말라야 트래킹은 걷는 조목조목 풍경과 삶의 지혜를 전한다. 그 모든 것을 서평에 남기기에는 골라낼 자신이 없다. 작가가 의도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읽는 독자는 경험한다. 내가 바르게 읽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욕심내지 말고 살라는 메세지이다.


나는 마음가는대로 살고 싶다. 적어도 우리 나이엔 썩 마음 내키는 일이 아니면 굳이 할 필요가 없고, 마음 가는 일이라면 그대로 마음을 따라가는게 옳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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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딸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다고 했을 때 워낙 고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가지말라고 말려도 안갈 아이가 아니기에 한가지만 당부했었다. 기를 쓰고 완주 하려고 하지 말고 걸으면서 뭐라도 하나를 느끼면 된다고 했는데 실상 나는 속으로 이 순례길 도전이 취업시 자소서의 한줄이 되지 않겠냐는 같잖고도 어리석은 생각을 가졌었다. 한 달 동안 순례길을 완주하고 온 딸아이는 세상엔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좋은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소감을 내어주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사람에게는 바보같은 구석이 있기 마련인데 가장 큰 바보는 그런 바보짓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나는 조르바를 읽고 이 구절에서 울림을 느꼈다.한번 쯤은 깨지고 부딪혀 보라'는 조르바의 삶이 방식이 편협한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이런 방법도 있다는 제시를 해주었다. 또한 실수하더라도 자신의 부족함이나 세상을 탓하기보다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현재에 집중해 때를 기다려보자고 하는 가르침도 있었다. 힘들었겠지만 작가가 도전한 히말라야 트래킹은 인생에 다시 오기 어려운 보석같은 경험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부럽다.진심...


한번 뿐인 인생에 돈이라는 가치와 자신의 명예를 좇으며 사는 것이 얼마나 고달픈 일인가! 가질수록 더 가져야 한다는 욕심과 추한 욕망으로 뒤덮여 평생을 일과 돈의 노예로 살아가기보다 가진 것에 만족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것에 기쁨을 가지는 것이 작가가 말하는 여행이 주는 기쁨과 축제처럼 살아가는 인생의 행복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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