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짊어진 당나귀
히말라야를 걷다.
임대배 / 아라크네
『여행은 연애처럼 인생은 축제처럼』이라는 책 표지의 슬로건이 퍽 마음에 들었다. 여행이란 단어는 계획을 잡는 순간 미친 듯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 연애를 시작할 때 설레는 마음처럼 기대와 상상들이 온통 머릿속을 가득 채워 마치 놀이 기구를 탄 듯 울렁거리게 하는 느낌말이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우연히 읽게 된 이웃님(@lethym)의 일상 글 때문이다. 글쓴이의 글에 대한 진솔함을 읽게 되어서이다. 매일 조금씩 의식의 흐름대로 포스팅을 하다 보니 재주가 상승한건지 어느 순간 타인의 글에서 꾸며 쓰지 않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담백하고 가식 없는 깔끔함을 읽을 때가 있다. 햇살 좋은 날 야외 테라스에서 깔끔한 레몬홍차 한 잔을 마신 기분 말이다.
이분 이력도 화려하시다. KBS 인간극장 PD 하셨던 분이니 글이나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좀 남다르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본인 말씀으로 어설프게 책도 한 권 쓰셨다고 하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어 슬쩍 책 제목을 여쭙고 읽게 된 것이다. 어려운 수식어들로 에둘러 작성한 기행문이 아니고 지식으로 차려입은 듯 뽐내지 않으며 소박하게 인문학적 지식과 내공이 가득 차 있는 남다른 묘사력과 글재주에 감탄하고 편안함을 읽었다.
좋아하는 선배의 히말라야 트래킹 제안에 덜컥 가겠다고 하고 설레는 여행을 기대했지만 결은 좀 달랐다. 고생여행이었다. 불편한 잠자리와 입에 맞지 않는 음식들이 곤욕이었고 배설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편안하게 수행해 낼 수 없음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였단다. 수월하고 편한 트래킹이 세상 어디있을까? 작가의 궁극적 목적은 산길을 걸으며 자연을 만나고 자신을 되돌아 보겠다는 작은 소망인듯 보였다. 속옷이 흠뻑 젖도록 땀을 흘렸고 상쾌한 바람에 잠시 기쁨을 얻기도 하며 랄리구라스 붉게 피는 자연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 안에서 오르막,내리막,흙길과 돌길을 만나며 인생을 읽었다.
특히 읽으면서 나를 멈칫하게 한 부분은 이 책의 제목인 책을 짊어진 당나귀이다. 히말라야에서 당나귀는 매우 유용한 운송수단이며 몸집이 작은데 비해 힘이 세 길에서 흔히 마주친다고 한다. 말보다는 몸집도 작고 순박하게 생긴 당나귀를 볼 때마다 풀떼기만 먹고 매일 무거운 짐을 지어 나르는 모습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를 책 읽는 사람에 비유한 모습이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