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 집 할머니는 작가를 깨꽃에 비유한다.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깨송이 영글어 고순내 풍긴다고 하니 뒷집 할머니도 시인이나 다름없다.
작가는 딸의 등살에 사이버 대학의 문창과에 입학한다. 그 때가 쉰 다섯이라고 하는데 ...작가는 일상에서 하기 싫은 일도 부탁하는 상대가 자신이 거절하면 실망할까봐 참고 해내는 스스로의 희생을 미덕으로 알았다고 한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지만 장애가 아닌 것처럼 살았고 아내와 통화가 불편해 바람을 피웠다는 남편의 어처구니 없는 변명에 모든 것을 허물고 홀로 섰다.
환갑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하고 있는 일도 끝내야 할 준비를 하는데 작가는 공부를 했고, 글을 썼으며 취직을 하려고 노력했다. 돈을 벌기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한몫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을 드러내고 있어 놀랍기만 했다. 작가는 삶의 답답한 경계를 허물 수 없어 글을 쓴다고 한다. 글 안에 작가의 슬픔, 기쁨, 한탄과 목마름, 안타까움 모두 스며들어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아려왔다. 작가의 대표작이며 매일신문 시니어 문학상을 수상한 『실버 취준생 분투기 』는 읽으면서 고령의 늦은 나이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취업에 대한 희망을 가지지만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 마음 아파하나 결국은 자신만의 고집대로 일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이다.
가능성과 도전은 젊음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도전하고 실패하며 다시 일어서는 작가의 일상 속에서 열정을 읽는다. 죽는 날까지 한점 부끄럼없이 쉬지 않고 정진하는 삶을 살아낸 이야기를 읽으며 스스로 부끄러워 지는 부분도 있었다.안타까운 것은 더 이상 작가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작가가 세상에 남긴 희망,사랑,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태해질때마다 곱씹어 읽어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