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캐서린 맨스필드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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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캐서린 맨스필드 단편선

코호북스

캐서린 맨스필드는 『차 한 잔』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1888년생이고 뉴질랜드의 격식을 중시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부유한 삶을 살았으며 친구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열네살에 퀸스칼리지에 입학해 다양한 책을 탐닉하며 매일 글을 썼고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으며,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외할머니의 성을 따라 맨스필드로 필명을 짓게 되었다.

이 시기에 그녀에게 가장 영향을 준 두 사람은 '오스카 와일드' 와 친구 '아이다 베이커'인데 이 부분에서 잠깐 뭔가 휙 지나가는 느낌이다. 비슷한 결이 있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었기에 그녀의 글에서 작가의 철학이나 예술성이 묻어 있음이 인지된다.


스무살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 런던에서 작가가 되겠다는 그녀의 일상은 그대로 소설이 된 느낌이다. 단편『어린 가정교사』(1915)에서 고향을 떠나 낯선도시로 처음 가정교사로 가는 그녀 앞에 세상은 너무도 가혹하다. 아무도 믿지 말라던 직업소개소 담당자의 말이 복선처럼 깔리는데 그 복선을 후려칠 대상이 참 아이러니 해서 헛웃음이 났다. 더구나 호텔 밸맨의 주관적인 생각과 편협함이 한 사람의 인생을 뒤집어 놓을수도 있겠다는 설정에 감탄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갈망이 솟구친 버지니아는 독백처럼 자신의 감정을 읽어낸다. 단편 『늦은 밤에』(1917)는 그 시대에도 존재하며 현재도 변하지 않고 앞으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한 여성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관심있는 남자에게 전달한 선물이 남자 자신에게는 충분하다며 다른 사람에게 주어졌음을 알게되자 복잡한 감정들을 쏟아내는 이야기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음을 느낄 수만 있다면 난 전혀 다른 사람으로 거듭날거야. 그래. 그것이 바로 내가 인생에서 추구하는 거야.

(page47) '단편' 늦은 밤에

사랑하던 남자와의 이별, 이후 충동적인 결혼, 원하지 않았던 임신과 유산을 겪으며 작가 자신의 삶도 소설처럼 보이기만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강한 모더니즘 작가였던 그녀는 글에서나 자신의 삶과 창작 모두에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동시대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캐서린 맨스필드 그녀의 재능은 자신이 닮아야 할 부분이라고 평하기도 했으며, 그녀가 존경했던 체호프의 작품을 재해석하기도 한 소설들을 보면 비극적이며 사진적(寫眞的)인 모방처럼 보이기도 하나 사실은 시대적 상황을 비극적 묘사한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으로 만들어져 단편이라는 장르의 발전과 모더니즘에 이바지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녀 역시 체호프처럼 폐결핵으로 짧은 나이를 살다 갔으니 그 조차도 닮고 싶었나보다.

『차 한 잔』은 한 여자의 질투섞인 감정을 흥미롭게 묘사해 둔 작품이다. 자신이 훨씬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 로즈메리는 추위에 떨고 있는 길거리의 아가씨를 집으로 데리고 와 차를 대접하며 그녀를 자신이 돌보겠다고 말하는데 이를 반대하던 남편이 그녀가 너무 예쁘다.는 말 한 마디에 깔끔하게 그녀를 보내버린다. 지극히 단순한 여자의 아주 기본적이기도 한 감성을 보며 웃음이 났다.

삶에는 이렇게 괴로운 순간들이 있다. 안전한 곳에서 나와 바깥세상을 보자마자 끔찍하다고 깨닫는 순간, 이런 기분에 빠져들면 안 된다. 집에 가서 아주 특별한 차를 한 잔 마셔야지.

page244 (차 한 잔)

글을 옮긴 이는 맨스필드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윌라 캐더의 '마법'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한다. 처음 『피곤한 아이』를 읽을 때부터 놀라운 가독력으로 빠지게 만들었던 그녀의 단편 하나하나는 인간 본연의 감성을 아주 심도 있게 다루어 그림 한 장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둔 샤갈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다.

작품의 특징은 모호한 결말로 마무리 되어 독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작가의 예리하고 섬세한 감각을 바탕으로 놀라운 관찰력을 보여주며 인간 군상의 심리를 드러낸 단편을 읽으며 어느 하나 부족하고 모자람이 없음을 느끼고 좋은책을 만나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었다.




코호북스 선물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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