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시간 - 언제나 우리 곁에는 색이 있다 컬러 시리즈
제임스 폭스 지음, 강경이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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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시간

제임스 폭스 / 윌북


색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며 모든 사람들의 눈에는 색깔이 동일하게 보이는 것일까? 감잎을 달여서 나온 물에 천을 담궜더니 색이 배어 나오고 그 삶는 시간이나 방법에 따라 좀 더 진해지기도 하고 연해지기도 하며 또 다른 색이 나오기도 한다. 색은 어떻게 인류에게 오게 되었을까?

이 책 컬러의 시간은 색이 무엇인지 그 의미와 사람들이 색깔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였는지 그 내용을 톺아보기 좋은 자료이다. 페르시아문학의 걸작 일곱개의 초상에서는 바흐람 5세가 색에 이끌려 일곱왕후를 얻고 각각의 색에 의미를 부여하며 색들의 오묘함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페르시아 공주의 순수 색인 하양색에 깊게 스며들게 된다. 이는 곧 순수함, 정화, 눈처럼 하얀 이상을 이야기 한다.

색의 의미

색의 의미는 색을 보고 느끼고 사용하는사람들이 창조하는 것이다. 하나의 색이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르게 뜻을 드러내기도 한다. 흰눈을 보며 시리도록 푸른빛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무색이며 백색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색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더불어 의미를 보자면 흰색은 오랫동안 빛과 생명, 순수함과 동일시 되었으나 아시아의 몇몇 지역에서 흰색은 죽음의 색으로 의미되기도 한다.

모든 색은 다의적이다. 확실한 의미를 지녔다고 생각하는 색도 예외는 될수 없다. 그나마 가장 일관된 의미를 가지는 것은 검정이다. 암흑, 절망, 죄, 죽음과 동일시 되며 역사 내내 이 색은 폄하되고 있다. 단 언제부터인가 샤넬이나 크리스찬 디올은 검정에 대해 찬양일색이다. 실상 나 역시 옷걸이에 걸린 옷을 보면 대다수가 검정이며 가장 무난하게 입을 수 있고 날씬해 보인다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곱가지 색을 기본색으로 생각했으며 일곱가지 기본맛과 인생의 일곱단계에 부합하는 가장 완전한 수로 7을 생각했었다니 그에게 7은 아주 특별했나보다. 이후 니자미는 한 주를 이루는 요일과 행성들에 일곱색을 연결했고 뉴턴은 백색광을 일곱가지 색으로 분리하여 보편적인 조화로 음악의 7음과 맞추고도 싶어했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일곱 기본색 (검,빨,노,파,흰,초록,보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두었으며 색의 보편적 특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예술, 문학, 철학, 과학의 이야기를 끌어와 색의 물리적 속성 뿐 아니라 색에 부여된 의미까지 독자들이 알 수 있게 설명하고자 한다.

색은 사람들의 희망과 두려움, 편견, 집착을 반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일곱색을 배열하여 또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자리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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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아름다움은 동.서양이 다른 생각으로 보인다. 빛에 대한 집착이 서양만큼 동양은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피에르 술라주는 검정 안료들만 이용해 그림을 그렸지만 , 그 안료들만으로도 풍요롭고 눈부신 세계를 만들었다.

우리 동양인은 우연히 어디에 있게 되든 그곳에서 만족을 찾으려고 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한다. 그러므로 어둡다고 하여 어떤 불만도 느끼지 않으며, 우리는 어둠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검정색에 대한 동.서양의 애정은 각각의 개성으로 특별하게 다가온다. 신이 빛과 어둠을 나누었다면 , 술라주는 이 오랜 두 적수를 한데 모았다고 할 만큼 검정이 텅 비거나 추악하지 않음을, 심지어 어둡지도 않음을 보여준다.


검정과 상반되는 흰색, 유독 이 책에서는 운율을 맞추기 위함인지 하양으로 표현한다. 하양은 유독한 순수다. 왜 이 아무것도 없는 색이 영혼에 그토록 강렬한 힘을 미치는지를 아무도 모른다. 인간의 하얀색에 대한 숭배는 신앙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고 한다.

도덕적,영적 정화와 연결하여 이를 드러내며 성경 속에는 "나를 씻어주소서. 눈보다 더 희게 되리이다(시편51:7)"라는 구절도 수록되어 있다.하양을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부재'에 있다고 작가는 전한다.검은 색과 달리 흰색은 빛을 튕겨낸다. 하얀물감이 놀라운 일을 해내는 것은 순수한 색에 하얀색을 섞으면 그 색이 옅어지고 점점 더 흰색에 가까워져 버리기 때문이다.



피어스 비누광고는 흑인 어린이를 욕조에 넣고 피어스비누로 씻었을 때 백인으로 변하는 광고를 올려 천진한 인종주의와 포악한 마케팅으로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의 시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고의 소재이다. 어쨌든 하양은 순수의 이미지를 굳건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시켰다.

이렇게 일곱가지 색에 얽힌 의미들과 연관되는 이야기들로 흥미를 가득 주는 컬러의 시간. 색으로 시작하여 의미 이외에 독자가 묻지도 않은 지적 열망까지 충분히 보완해 줘버리는 과잉친절의 책을 만났다. 일곱가지 색을 이용한 우리안에 깊이 뿌리내린 고정관념을 이해하고자 했고 색 속에서 깃들어 있는 역사를 좇아가기도 했다. 더불어 우리는 사람과 색이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 까지도 알게 되었다. 궁극적으로 색은 색을 인지하는 사람이 만드는 것임을 알았고 우리가 보는 모든 색은 우리 안에서 만들어짐을 알게 되었다.


윌북출판사 협찬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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