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5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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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 열린책들

바질에게 처음 자신의 초상을 맡기고 모델을 선 도리언을 생각해 본다. 그때의 도리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오스카 와일드의 설정은 참으로 절묘하다. 순수하고 선했던 도리언과 이후 타락하고 갈수록 악해지는 도리언 , 그 사이에 무책임하게 타인의 감정을 지배하고자 하는 헨리경이라는 매개체가 있다.

화가 바질 홀워드는 자신의 열정을 다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그는 볼매인 도리언 그레이를 모델로 하며 진심을 다해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어 초상화를 그리는 중이다. 자신의 친구 헨리경이 초상화에 관심을 갖자 은근 염려스러워 한다. 헨리경은 바질이 그렇게 신뢰하는 사람은 아닌듯 하다. 도리언 그레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 염려스러움을 전한다. 이 약간의 염려스러움을 가진 헨리경은 도리언을 만나 '유혹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그 유혹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도리언은 뭔가 한대 맞은 것처럼 이 신선한 남자 헨리경에게 급관심이 간다.

어떤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자신의 영혼을 주는 것이오.

page34

도리언 그레이는 헨리경이 두렵기도 했고 동시에 자신이 창피하기도 했다. 화가 바질과 친구로 지내면서 자신은 어느 하나 변한게 없었으나 갑자기 이 세련되고 잘생긴 사람이 자신의 삶에 들어와 인생의 신비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헨리경은 자신이 하지 못하는 부도덕적인 것을 도리언 그레이가 하도록 부추기면서 그것에 대한 결과에 도리언이 합리화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회유한다. 진정한 친구라면 도덕적으로 어긋난 일은 깨우칠 수 있도록 타이르는것이 마땅한 일인데 그림속의 자신과 영혼을 바꾼 시점부터 도리언은 변해간다. 늙고 싶지 않았다. 변하고 싶지 않고 지금 이상태의 젊음을 고이 간직하고 싶었던 그는 무엇이든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헨리경..그는 차츰 도리언 그레이를 창조하고 있었다. 도리언은 헨리경이 자신에게 삶의 모든것을 알고자 하는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을 심어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도리언이 인격적으로 완성되어 있었다면 헨리경의 말을 그대로 비판없이 합리화하며 따랐을까. 그 이유는 여기서 찾을수 있었다

도리언 그레이에게는 탄생의 비밀과 아름다웠던 어머니의 죽음, 늙은 외할아버지에게 맡겨져 폭정과 고독속에 자란 소년이 숨어있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모든 존재 이면에는 비극적인 그 무엇이 있었다.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손자가 하필 자신의 딸을 그대로 닮았다는 이유로 곁에 두려 하지 않았으며 이 안타까운 과거의 기억 때문에 도리언은 이토록 비뚤어진 성인이 되어 버린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광장의 조그만 극장에서 만난 연극의 여주인공 시빌에게 사랑에 빠진 도리언 그레이, 그녀의 여인으로서 본모습을 사랑한 것은 아니다. 연기를 하는 아름다운 배우의 모습에서 사랑에 빠져버려 미숙한 인간관을 보여준다. 헨리경에게 시빌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때 도리언은 그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운운하나 헨리경은 한마디로 일축해 버린다.

우리가 행복하면 늘 선할 수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선하다고 늘 행복할 수는 없어.

page126

도리언도 시빌에 대한 사랑이 마냥 환상적이기만 했을까...일부 사랑에 대한 숭고한 정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몰차다. 그 시대 여성에 대한 존중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고 이 글을 쓴 작가 오스카 와일드 역시 아내와 아이들을 버리고 동성애로 한바탕 자신의 삶을 뒤엎어 버린다. 이 시기부터 도리언의 초상화는 갑자기 열일을 하기 시작한다. 도리언을 대신해 그의 죄를 감당하며 변해가는 것이다. 피부가 썪어가고 인상은 비틀어지며 악마처럼 변해간다. 도리언은 그럴수록 더 자신의 죄를 합리화하며 살인을 하고 술과 마약, 매춘에 찌들어간다.

그가 간절한 기도로 그토록 원했던 젊음과 아름다움이 그를 멸망케 했다. 이 둘만 없었더라면 그의 인생은 오점 없는 깨끗한 인생이 되었을 것이다. 그의 젊음은 조롱거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청춘이라는게 기껏해야 무엇이란 말인가?...젊음이 그를 망가뜨리지 않았는가?

page339

그가 뒤늦게 자신을 늬우쳤더라도 살인은 죄악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헨리경이라는 도리언을 망친 인물은 모든 것을 다 아는것 같지만 실제 그가 아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젊음에 대한 욕망이 도리언을 망쳤고 헨리경의 합리화와 그릇된 죄의식이 한몫을 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어떤 도덕적 규범에 기준하지 않고 오로지 스스로의 욕망과 감각만을 추구한다면 그 인생은 실패한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규범은 필요하고 도덕적 의식도 필요한 것이다. 도리언이 헨리경을 만나지 않았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사람이 살아가는데 환경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새삼 느끼며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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