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는 헨리경이 두렵기도 했고 동시에 자신이 창피하기도 했다. 화가 바질과 친구로 지내면서 자신은 어느 하나 변한게 없었으나 갑자기 이 세련되고 잘생긴 사람이 자신의 삶에 들어와 인생의 신비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헨리경은 자신이 하지 못하는 부도덕적인 것을 도리언 그레이가 하도록 부추기면서 그것에 대한 결과에 도리언이 합리화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회유한다. 진정한 친구라면 도덕적으로 어긋난 일은 깨우칠 수 있도록 타이르는것이 마땅한 일인데 그림속의 자신과 영혼을 바꾼 시점부터 도리언은 변해간다. 늙고 싶지 않았다. 변하고 싶지 않고 지금 이상태의 젊음을 고이 간직하고 싶었던 그는 무엇이든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헨리경..그는 차츰 도리언 그레이를 창조하고 있었다. 도리언은 헨리경이 자신에게 삶의 모든것을 알고자 하는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을 심어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도리언이 인격적으로 완성되어 있었다면 헨리경의 말을 그대로 비판없이 합리화하며 따랐을까. 그 이유는 여기서 찾을수 있었다
도리언 그레이에게는 탄생의 비밀과 아름다웠던 어머니의 죽음, 늙은 외할아버지에게 맡겨져 폭정과 고독속에 자란 소년이 숨어있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모든 존재 이면에는 비극적인 그 무엇이 있었다.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손자가 하필 자신의 딸을 그대로 닮았다는 이유로 곁에 두려 하지 않았으며 이 안타까운 과거의 기억 때문에 도리언은 이토록 비뚤어진 성인이 되어 버린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광장의 조그만 극장에서 만난 연극의 여주인공 시빌에게 사랑에 빠진 도리언 그레이, 그녀의 여인으로서 본모습을 사랑한 것은 아니다. 연기를 하는 아름다운 배우의 모습에서 사랑에 빠져버려 미숙한 인간관을 보여준다. 헨리경에게 시빌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때 도리언은 그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운운하나 헨리경은 한마디로 일축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