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과 새어머니의 존재, 친구들과 사이에서 오는 갈등들, 이로 인해 화자가 겪는 정서적 갈등과 내적갈등은 불장난으로 드러난다. 허공에서 살아있는 불길을 보면 자신의 수치심과 굴욕감 등이 불과 함께 사라져버림을 느낀다. 작가는 오늘보다 내일 글을 더 잘쓰는것이 목표가 아니라 내일 더 많은 것을 쓰는것이라고 한다. 그저 사람들에게 번뜩 하는 감동을 주기보다 오래오래 꾸준하길 바라는 마음인가 보다.
우수작인 강화길의 복도는 젊은 부부의 젠더적 갈등을 긴장감있게 서술하고 있다.
신혼부부 임대주택 1단지 100동 101호, 입주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이 아파트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음식을 시켰더니 못찾아 배달원이 빙빙돌다 늘 다 식은 음식이 온다. 출입구도 단지 바깥에 있어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려면 복도같은 긴 길을 걸어,밖에서 안으로 다소 복잡한 동선을 걸어가야 하니 분양동 사람에게 오해도 받는다.
없는 일이 아니라 종종 드라마나 뉴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이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머리속에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그런것인지 의구심이 들고 이는 다 개인이 가진 인격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장욱의 잠수종과 독은 아주 유니크한 소설 같았다. 구성 자체가 뭔가 좀 특별한 느낌이었고 인간이 가질수 있는 이상적 상황에서 공은 한없이 처연하고 침착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또 많은 상상을 하게 한다. 최은미의 고별은 시어머니의 장례를 둘러싼 남편 허준기와 근무처 재단의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심리와 감춰진 욕망들이 이리저리 섥힌 인간군상의 이야기였다. 서이제의 벽과선을 넘는 플로우는 작가 특유의 글쓰는 기법이 있었고 자주 반복되어 나와 읽는 내내 그 흐름에 빠져들었다. 옆방 소음의 비트에 화가 난 화자가 대한민국 힙합의 역사를 흝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45년간 한국문학의 정통성을 이어 온 이상문학상은 작품 하나하나가 흥미로웠고 특이한 점은 젊은 여성작가들이 대거 당선되었다는 것이다 . 소재가 독특하고 여성과 퀴어,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세대를 어우르고 있으며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묘사가 관심있게 다가왔고 앞으로도 풍성하고 더 좋은 양질의 소설들이 이상문학상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와 줄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