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는 신이 곧 길이요 진리였던 시대이다. 천국과 지옥은 당연히 존재하며 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기도 했다. 우주가 아름다운 까닭은 통일된 하나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중세 그 암흑같은 시대에 현자라고 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자기네 무리들과 서로 모순되는 신념을 가져야만 했다.
수도원에서 일어난 범죄 뒤에는 그 해결의 열쇠를 담고 있는 '요한묵시록'이 있었다. 신은 결국 죄로 가득한 세상을 파멸하고 , 신을 믿고 신심이 가득한 자들은 구원을 할 것이며 새롭게 열리는 세상을 서술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시간.공간.인물 등을 묵시록적으로 설정하며 이 패턴에 따라 소설을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한 묵시록의 마지막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하는데 수도원이 불에 타 없어짐으로써 묵시록의 마지막 마침과도 일치하게 만들어 두었다.
호르헤의 믿음이 진실된 믿음이라 말할 수 있을까? 과연 하느님이 원하는 믿음과 동일한 믿음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윌리엄 수사의 말처럼 우리가 상상하는 질서란 목적을 지닌 것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사용했던 도구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의미가 없다.
이런 난장판에는 주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마지막 그의 대사가 지극히 공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