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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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사진에세이◀

① 하루 ②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 ③ 길 ④ 내 작은 방

느린걸음 / 박노해

근래들어 단조로운 일상이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도 부정적이었다. 인생 뭐 있나~하고 싶은거 하고 살아야지...라며 사표 쓰고 귀촌해서 책이나 읽고 먹거리도 자급자족 하는 삶을 살면 어떨까...하는 스스로 뒷감당도 못할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기도 했다. 삶이 내가 생각한대로 단순하게 살아내 진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런데 이를 가능하게 해내는 사람이 있긴 했다.


세상의 많은 길을 걸어온 박노해 작가.​그 시작이 결코 단순하지는 않았겠지만 그 과정들이 너무나 고되고 힘든 삶의 연속이었겠지만 이 모든 방랑이 단순하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본다. 그는 욕심이 없다. 누구나 꿈꾸는 화려한 여행지에서 멋진 휴가를 즐기면서 쓴 책이 아니라 고되고 힘든 땅 덩어리만 골라 다니면서 괴롭고 힘든 여정 가운데 진솔한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는 이야기를 썼다.


박노해의 사진 에세이 앞에서 나는 잠시 겸허해 진다. 척박한 삶 속에서도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환경을 탓하기 보다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조차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그리고 박노해 작가의 주옥같은 글로 만나보니 부끄럽기도 했다.


그가 걸어온 삶의 여행길에는 태양보다 눈물이 더 많았다고 한다. 이스라엘에 불법점령 당한 팔레스타인 사람들.

총구가 번득이는 감시로를 따라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영혼의 총을 들고 산으로 가는 게릴라 소녀들.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무작정 달리는 아이들.70이 넘도록 야크를 돌보는 노인이 걸아온 길...총성이 울리는 위험 가득한 길일지라도 함께 라면 갈수 있다.인생의 고비같은 척박한 사막길 일지라도 그 막막함을 이겨내고 걷다보면 그 길 끝에 다시 길이 열리게 되어 있다는 멋진 삶의 메세지를 전한다.​





지상의 가장 깊고 높은 마을을 찾아다니며 지구의 유랑자로 살아온 박노해 작가의 사진에세이 『하루』에서 그는 참으로 평범하고 경이롭고 흔하고도 무서운 말을 '하루'라고 표현한다. 그 소중한 1日1生의 하루가 물질과 자본에 잠겨버려 돈 없이 살 수 없고 돈이 있어도 삶이 없는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제대로 살아내지 않는다면 무엇인가 내 하루를 앗아가버린다. 그렇지만 살아야 하기에 이 모든것들을 포기하고 숨어버리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감동하고 감사하고 감내하며 살아가는 작가 박노해...


단조로운 일상속에서 주어진 하루에 대한 신비롭고 고마움을 잊고 지내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모든것을 버리고 나의 삶을 찾으라는 메세지 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할 줄 알며 소중하게 빛나는 나만의 하루를 찾으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지상의 가장 높고 먼 마을 속을 걸으며 20년간 박노해 작가가 기록해 온 박노해 사진에세이 2편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는 깊은 울림을 고스란히 전해 주는 글이었다. 단순한 삶 속에서도 삶은 풍요로울 수 있음을 알려주고 그 안에서 단단해짐을 희망하며 단아한 기품을 가질 수 있음을 기대해 본다.


작가가 가고자 하는 유랑길의 궁극적 도착지는 '길을 잃는 것' 이라고 한다. 기꺼이 길을 잃어버리고, 헤매고,느닷없는 마주침과 여정의 놀라움이 우리가 가야할 『길』을 3편에서 알려준다. 최종의 목적지는 여기라고 말해준다. 하나의 길이 끝나면 반드시 다른 길이 다시 찾아오듯 주어진 길 밖의 모든 것들이 그대의 길이니 길을 잘못 들었다고 슬퍼하지는 마라. 또 다른 막다른 길 뒤에는 반드시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잘 못 디딘 발자국들에 의해 비로소 길이 찾아지는 것임을 기억하자.




나만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4편 『내 작은 방』에서 비롯된다. 창조가 시작되는 하나의 세계 이곳에서 출발된다.사는 동안 나를 지켜주고 감싸주는 내 작은 방, 하루 일을 마치고 어김없이 돌아와 나를 쉬게하고, 사유하면서 또다른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작가의 글을 읽고 내 방이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나의 안식처. 힘들고 아프거나 어스럼 퇴근길에 빨리 돌아가서 눕고 싶은곳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방은 편안함과 안정을 준다. 나를 감싸주고 어려움 속에서도 내가 생생히 살아갈 수 있게 다시 일어나 걸어갈 수 있게 나를 지켜주는내 작은 방, 나의 시작, 나의 귀결은 내 작은 방으로부터 시작됨을 박노해 작가로부터 멋지게 풀어 놓은 글들을 만나고 전해 들었다.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박노해 작가가 여행길에 만난 이들이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너무나 행복해 하고 있다. 더 많이 가진 것을 행복으로 알고 있는 현재의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들인가. 행복은 많이 가지는 것보다 일을 더 잘해내서 인정 받는 것보다 더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는 것보다 내가 살아 숨쉬는 일상이 행복임을 말해준다. 박노해 작가의 사진에서 그 모든 것을 고스란히 전해 준다. 척박한 땅에서 가진 것은 없지만 그들은 자연에서 숨쉬고 따뜻한 햇살을 매일 아침 맞이하고,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가족들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것을 최고로 알며 살아간다.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한 하루 속 내 작은 방에서 내가가야 할 나의 길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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