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 ㅣ 박노해 사진에세이 3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9월
평점 :

만년설산이 하늘까지 이어진 밭이라 불리는 안데스 고원. 높고 험준한 고원에서 문명을 일구어 낸 사람들...
가능한 가장 오랜 시간, 가장 오래된 장소, 그리고 오래된 사람들 속으로 걸어들어가 '앞선 과거' 로 돌아 나오는길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오래된 곳에서 앞선 과거라니 선뜻 이해가 쉽지 않다. 그 걸음을 한번 따라 들어가 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을 이야기 한다.

수천년도 넘은 안데스 고원의 길에서 안데스를 일으킨 농부들의 걸음소리가 들려온다. 실크로드 보다 오랜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문명길인 차마고도. 좁디 좁아 오로지 말과 사람의 두발 만이 걸어갈 수 있는 길.
비탈 밭에서 키운 작물을 내다팔아 생활하지만 가난하다고 그들의 웃음마저 가난하겠는가. 고단한 노동 속 에서도 그들을 일으켜 세우는 삶의 원동력은 가족이다. 나 하나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내 등 뒤에 있어 살아간다.
긴 세월 함께 의지하며 살아왔던 부부.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빈자리가 크지만 살기 위해서 남은자는 말없이 수레를 끈다. 세상은 그렇게 각박하지 않아 그래도 할머니를 도와주는 작은 손길을 작가는 보태고 오렌지 세알을 받아든다. 때로는 힘이 되는 말 한마디가 한그릇의 밥보다 더 큰 힘이 될 때가 있다. 선하고 의롭게 살아간다면 , 자신을 잃지말고,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길은 스스로 원하는 길이 되기도 한다.

배움에 목마른 아이들이 길위에 모여 앉았다. 나이도 학년의 구분도 없이 수업을 듣기 위해 빛나는 눈길로 선생님을 찾는다. 이 곳.길위의 학교에서는 안되는게 없다.배움에 목마른 동생들이 어깨너머로 배운 지식으로 언니.오빠를 뛰어 넘는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아이들은 간절한만큼 고개를 숙인다는 말에서 겸허한 마음이 생겨난다. 어느 교실보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세상의 많은 길을 걸어온 박노해 작가.
걸어온 길에는 태양보다 눈물이 더 많았다고 한다. 이스라엘에 불법점령 당한 팔레스타인 사람들.
총구가 번득이는 감시로를 따라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영혼의 총을 들고 산으로 가는 게릴라 소녀들.
에티오피아 고원에서 무작정 달리는 아이들.70이 넘도록 야크를 돌보는 노인이 걸아온 길...총성이 울리는 위험 가득한 길일지라도 함께 라면 갈수 있다.인생의 고비같은 척박한 사막길 일지라도 그 막막함을 이겨내고 걷다보면 그 길 끝에 다시 길이 열리게 되어 있다.
작가가 가고자 하는 유랑길의 궁극적 도착지는 '길을 잃는 것' 이라고 한다. 기꺼이 길을 잃어버리고, 헤매고,느닷없는 마주침과 여정의 놀라움이 우리가 가야할 길을 알려준다. 최종의 목적지는 여기라고 말해준다. 하나의 길이 끝나면 반드시 다른 길이 다시 찾아오듯 주어진 길 밖의 모든 것들이 그대의 길이니 길을 잘못 들었다고 슬퍼하지는 마라. 또 다른 막다른 길 뒤에는 반드시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잘 못 디딘 발자국들에 의해 비로소 길이 찾아지는 것임을 기억하자.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