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
메리 셸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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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메리 셀리/ 휴머니스트

역사상 최초의 SF 소설을 만들어낸 천재 작가 메리 셀리,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생활에 환멸을 느낀 유부남 시인과 함께 떠난 도피여행에서 각자 괴담을 한편 써보자는 호기로운 제안에 탄생하게 된 이야기이다. 이후 시인의 아내가 자살한 후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았지만 그녀의 삶 또한 순탄치 못했음을 알게 되니 인과응보라는 말이 그릇됨이 없음을 느낀다.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 이는 문학과 과학의 합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진정한 괴물은 누구였을까?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초점을 여기에 맞추어 읽어 보았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자연과학 분야 중 화학에 관심이 많았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유전공학과 인간복제 등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죽은 시체에 생명을 창조해 내는 실험을 지속적으로 벌인다. 이후 자신이 만들어 낸 생명체는 창조주인 자신이 보기에도 그 흉측함을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물에 불가한지라 그 충격에 생명체를 방치해 내버려 두고 그 자리를 피해버린다.

" 막상 완성하고 나니 내가 꿈꾸었던 아름다움은 온데간데없고 숨 막히는 공포와 혐오감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page72)

신경성 열병에 시달리기 시작한 프랑켄슈타인은 친구 앙리의 지극한 정성으로 간호를 받고, 고향의 가족들에게 편지를 받은 후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면서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친구 클레르발과 함께 언어 공부를 시작하며 괴로운 기억을 잊기 시작한다. 이후 청천벽력 같은 동생의 부고를 전해 들으며 잊고 있었던 자신의 창조물을 다시 기억해 낸다.

" 나의 창조주인 당신마저 나를 혐오하고 부정하다니. 당신과 나는 한쪽이 죽어야만 풀리는 운명의 끈으로 묶여있다. 나를 죽이려 하다니. 감히 생명을 갖고 장난을 치냐? 당신이 나에게 도리를 지킨다면 나도 당신과 인간들에게 도리를 지키겠다. 나의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다시는 인간들을 건드리지 않겠다."(page136)

남아있던 생명체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태어나고 보니 돌보아 줄 보호자가 없다. 그렇다고 창조주가 자신을 아무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외모로 창조한 것도 아니다. 추울 때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불이 필요했고 배고플 때 맛있는 음식을 먹기 원했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함게 지내며 대화를 나누고 매일 자상한 눈빛을 주고받고 싶은 욕구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이 생명체를 바라볼 때 정상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친절을 베풀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대할 때 고통스러운 절규와 비명, 공격으로만 대답할 뿐이었다.

그는 배우고 싶었다. 그들이 내뱉는 낱말과 언어들, 예의 바르고 아름다운 그 집 사람들의 헛간에 숨어살며 그들의 삶의 모습에서 하나하나 배우고 익혀 나갔다. 생명체는 그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고 그 가족의 동기와 감정도 알아내고 싶었다. 그들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어느날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바라보고 절망과 치욕에 사로잡힌다.



생명체는 빠르게 많은 것을 습득한다. 언어를, 역사를, 인간들이 가지는 감정까지도.. 펠릭스라는 청년이 아라비아 여인에게 가르치는 내용에서 인간 사회의 이상 체계를 이해하게 되고 부와 빈곤, 하층민과 귀족 등의 지식도 습득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데 어느 하나도 소유하지 못한 데다 모습까지 소름 끼칠 지경의 역겨움이 있음을 생각하니 말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다.

보이지 않는 선행을 베풀어도 돌아오는 건 자신을 향한 절규와 고통이라는 메아리뿐이다. 물에 빠진 소녀의 생명을 구한 대가는 총을 맞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날마다 복수의 칼을 갈며 자신의 분노와 고통을 되갚음하리라고 굳게 다짐한다. 결국 창조주를 향한 생명체의 요구는 자신과 같은 결함을 가진 동반자를 만들어 내라는 것이었다.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나누며 살 수 있는 존재. 자신에게는 그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창조주는 이를 거부할 권리가 없음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현재 존재하는 괴생명체도 감당이 어려웠던 프랑켄슈타인은 성이 다른 생명체까지 만들어내야 하는 고통에 많은 결과의 다양성을 가늠해 본다. 성이 다른 생명체에서 나오는 2세는 또 얼마나 별개의 종이 나올것이며 또다른 화를 불러올수 있음을 생각하니 끔찍한 일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이 어떠한 결정을 하게 되는지, 생명체의 미래는 어떻게 될것인지 스포없이 후에 읽을 독자들을 위해 남겨 두고자 한다.

이 책은 과학자가 단지 호기심에 자신이 연구한 ... 특히 윤리와 도덕성을 신경쓰지 않고 생명이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이에 대해 책임과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경고를 말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복제된 생명체나 인공지능의 발달로 현대사회에 불러올 다양한 문제점들을 마치 미리 미래에 와서 보고 간 사람처럼 예견해 둔 책이라 놀랍기만 하다. 한편으로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생명체에 대한 인간적인 동정심도 생겨났고 외모가 사람이라는 기준을 판단하는데 조건이 되어야 하는지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인성과 가치관, 인격(?)따위는 상관없는 것인지도 되물어 본다. 괴물은 도대체 누구일까? 사람의 모양새를 하고 금수보다 못한 짓을 행하는 이들이 종종 출몰하는 작금의 시대에 진정 '사람다운 것'과 괴물의 기준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게 되는 시대를 앞선 작가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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