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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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백야 외에 단편을 읽으며 도스토옙스키의 열혈팬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유독 신앙적인 부분에서 깊이 있는 울림이 전해진다. 도스토옙스키는 독실한 정교 그리스도교 신앙인이었고 또 그의 소설에는 어김없이 신과 인간의 문제가 깊이 새겨져 있다. 코로나와 소소한 일들로 5년 정도 냉담을 했었는데 나를 다시 성당에 나가게 한 주도자가 도스토옙스키이다. 그만큼 글 안에서 지나온 세월을 녹여버리는 그의 깊은 신앙심을 읽어냈다.

석영중 교수는 러시아 문학을 강의한 이 분야 탁월한 전문가이고, 유튜브를 통해 이전부터 강의를 들어왔던 러시아 문학의 대표학자이다. 특히 도스토옙스키 전문가라고 단언하는 석영중 교수님의 11편의 논문을 깊이 톺아볼 수 있는 책이다. 과학과 종교를 기본 베이스로 한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연구논문이다보니 다소 딱딱한 부분은 있으나 명작을 읽기 전 간단한 지침서(?) 라고 생각하고 읽고자 한다. 고전에 크게 흥미를 갖지 않고 편독으로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만 읽어대던 내가 나이가 들수록 고전의 신비함과 오묘함에 빠져든다. 고전 속에서 삶의 지혜를 읽게 된 이후부터이다.


인간의 고통에 대해 도스토옙스키가 제시하는 해답은 무엇이었을까? [백치] 에 따르면 인간고통의 궁극적 해결사로 서의 예수그리스도 모습은 완벽히 사라지고 완벽한 패배자의 모습을 한 '백치'를 보게 된다. 그리스도의 형상은 후기 장편소설 가운데 죄와벌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도스토옙스키를 이해하는 중심은 과학과 그의 심장과도 같았던 신앙이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파란만장한 삶들은 그 자체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또한 복잡한 심리학적 해석과 난해한 철학,신학적 사상에서 그가 써내는 극 속의 삶을 구성하는 요소를 대략 짐작해 보기도 한다.

신앙과 가난, 사형과 시베리아 유형, 질병, 도박 등이다. 또한 도스토옙스키 작품 『백치』 속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예수의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느낀다. 이는 내가 읽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가운데에서 느낀 바 이므로 다를수 있다. 실상 나는 이 책에서 언급된 죄와벌,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악령 등은 아직 읽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지 않아 있다.

한가지 느낌만은 그에게서 언제나 굳건하고 분명하게 남아있었는데,

그것은 곧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이다.

즉 진리는 지상의 삶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page116

단 나 역시 신앙이 있어서인지 도스토옙스키의 종교적인 부분에서 그리스도가 세상을 구한 것은 가르침이나 도덕성이기보다 말씀이 사람이 되어서 우리 가운데 계셨다는 믿음이다. 믿음은 본능이다. 무조건이라고 생각하고 매달리고 이것 아니면 안된다는 간절함이다.모든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자신 안에 하느님의 모습을 담고 있고 , 궁극적인 목표는 믿음과 은총의 힘으로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신앙적 본질은 『악령』을 통해서 더욱 잘 드러나 있다.

숲을 지나 아기를 데려가는데 , 난 숲이 무서워, 섬뜩할 정도야.

그런데 무엇보다 아이는 내가 낳았지만 도대체 남편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으니 계속 울게 되는 거야.

page195

도스토옙스키의 이 작품속 레뱟키냐는 성서와 파우스트의 패러디로 신성모독과 문학작품에 대한 어줍짢은 모방이 뒤섞인 패스티시처럼 되어 버렸다. 레뱟키냐의 이러한 유로디비(백치의, 우매한, 어리석은, 손상된 미친)적 감성은 이후 그의 작품속에 다양하게 등장한다.죄와 벌의 소냐와 라자베타,백치의미시킨,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의 조시마 장로에 이르기까지 케노시스를 체현(사상이나 관념 따위의 정신적인 것을 구체적인 형태나 행동으로 표현하거나 실현함.)하는 인물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그의 글쓰는 사유코드 과학을 들여다보자. 문학과 과학간의 관계...생물학, 기하학, 물리학, 의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그는 러시아와 유럽에서 발간되는 최신 자연 과학 서적을 탐독하기로 유명했다. 정치, 경제, 사상, 윤리, 종교 등 여러 영역의 문제들을 마치 미래를 내다보듯 예리한 통찰력으로 예언하고는 했는데 특히 과학적 분야에서는 탁월함을 보였다고 하니 어떻게 그를 천재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서 도스토옙스키가 언급하는 비유클리드 기하학, 및 기타 당대 자연 과학에 대한 언급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예견한다고 간주했다. 실제로 도스토옙스키는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었다고 하며 유클리드 기하학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한 그의 지식은 단순 비유 이상의 것이었다고 할만한 충분한 근거도 있다고 한다. 리만 기하학은 도스토옙스키와 아인슈타인을 연결하는 과학적 가설이 성립됨이 무방하다고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이 논문을 쓴 석영중교수님은 도스토옙스키 전문가이다. 이미 이 책에 수록된 그의 작품을 모두 읽으셨고 책에 대한 내용의 이해도를 깊이 이해하고 높이고자 한다면 나는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자 한다. 그러나 나처럼 막연히 도스토옙스키 작품 몇 권을 읽었다고, 너무나 그의 작품세계를 추종한다고 해서 이 책을 읽기 전 지침서처럼 참고 하겠다고 한다면 조금 생각해 보라고 권할 것이다. ^^;

2021년은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으로 다양한 그의 작품들이 특별판으로 출간되며 독서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석영중 교수님 역시 이에 맞추어 도스토옙스키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독자들이 책을 읽고 참고하였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출간하시게 된 듯 하다. 이를 계기로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다시금 톺아보게 되고 또 작품들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 향 후 몇백년이 지나더라도 오래오래 고전으로 남아질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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