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중 을유세계문학전집 9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종소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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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쟁과 평화(중)

레프 톨스토이 / 을유문화사

줄거리를 정리하는데 집착할만큼 나는 이 두꺼운 전쟁과 평화가 좋다. 그 매끈하고 세련된 톨스토이의 작법이 하루종일 이 책만 붙잡고 늘어지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이 책의 서평을 인물 위주로 써보고 싶다. 오래오래 기억하기 위햐여..그리고 내가 더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도 이들에 대한 나의 느낌이 같은 것일지 알아보고 싶은 이유로....


중권 3부의 시작은 안드레이로부터 시작된다.

피에르가 우왕좌왕하며 자신의 영지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을 안드레이 공작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소리 소문 없이, 어떠한 큰 노력 또한 없이 그 모든것들을 이루어 낸다. 페테르부르크에서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와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정보를 꺼내 놓지만 시골구석에 칩거하는 자신보다 뒤처짐에 놀라고 한다.

로스토프 가를 방문한 안드레이는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너무나 순수하고 해맑기만 한 가냘프고 유쾌한 검은 눈의 나타샤가 홀연 자신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자신의 영혼 속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풋풋한 생각과 희망이 너무나 복잡하게 뒤엉키며 일어났다. 안드레이는 자신의 삶이 모든 사람들에게 반영되기를 바란다. 인생에서 얻은 경험들을 무의미하게 없애버리기 보다 다시 삶에 활동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경험들을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다.

​안드레이는 사교계에서 새로운 히든카드로 부상되기 시작한다. 부유한 명문가 출신의 독신 남성에 전쟁터에서 기적처럼 살아 돌아온 일이나 아내의 죽음이 그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예전의 오만함과 냉소는 사라지고 세월의 흔적으로 안드레이에게 차분함이 생겨났음을 사람들은 말했다.

안드레이는 나타샤에게 청혼을 하고 노공작은 마음에 들지 않아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혼인을 허락한다. 착하고 착한 안드레이는 순종하고 나타샤는 ...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안드레이는 수소문으로 아나톨을 찾았으나 이미 그는 그곳에서 멀리 달아난 이후였다.

안드레이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쿠투조프장군을 만났고 그는 안드레이에게 자신이 총사령관으로 임명받은 몰다비아 군대로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안드레이 쿨하게 나타샤와 정리된 줄 알았는데 아나톨을 만나 결투를 신청할 생각으로 가득하다. 약혼녀 나타샤의 변심 이후 안드레이는 힘겨웠다.

스몰렌스크가 넘어가고 리시예고리도 적에게 넘어갈 모양새다. 마을이 분주하다. 사람들은 우왕좌왕 한다. 안드레이 공작은 한 연대를 지휘했고 병사들은 그를 우리공작님이라 부르며 자랑스러워 하고 사랑했다. 그는 이 새로운 사람들을 사랑했지만 과거에 알던 동료나 직속상관등을 만나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멸을 드러냈다. 노공작과 마리아가 떠난 리시예고리의 집 온실에서 자두를 줏어 들고 나오는 소녀를 보고 안드레이가 느낀 저항할수 없는 욕구...스스로에게 완전히 낯선, 그러면서도 너무 정당한...이것은 롤리타 같은 것인지..전쟁터에서 스치듯 만난 자신의 집에 대한 감성때문인지 안드레이의 이 감정이 이해되지 않는다.

고통을 견디고 난 후 안드레이는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행복감을 느낀다.인생에서 가장 멋지고 행복했던 순간들,특히 가장 아련한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그 때 안드레이 공작은 한쪽 다리를 잃고 오열하는 아나톨을 만난다.그리고 깨닫는다. 연민, 형제들에 대한 사랑,미워하는 자들에 대한 사랑, 원수들에 대한 사랑...하느님이 이 땅에 널리 알리신 사랑, 마리아 공작영애가 알려준 사랑,그리고 그가 이해하지 못한 사랑...


나타샤는 자기애가 강한 여자이다. 늘상 자신은 예쁘고 사랑스러우며 범상치 않게 총명하고 사랑스럽고 민첩하다며 자신을 칭찬한다. 송년파티!!! 나타샤는 이곳에서 왠지 운명적 이끌림을 암시하는 안드레이와 춤을 추게 된다. 나타샤는 무도회에서 인기절정이다. 그러면서 또 자기만족감에 빠져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안드레이는 그녀 나타샤를 머릿속에 그려 보았을 뿐인데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삶 전체가 새로운 빛 속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느낀다. 반면 나타샤는 잠시라도 안드레이와 둘만 남으면 두려워 한다. 나타샤의 생각엔 안드레이가 어떤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 답답할 뿐이다.

나타샤의 슬픔은 지나가는 삶의 인상들로 이루어진 얇은 층에 조금씩 덮여 갔고 , 슬픔은 더 이상 그녀의 가슴에 머물러 그토록 괴롭히는 고통이 되는 것을 멈추고 , 과거의 일이 되어 갔다. 그리고 나타샤는 육체적으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낭창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나타샤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꾸준히 관심 받고 있음을, 그러한 상황에 놓여져 있음을 즐긴다. 그 사람들에게 처방전을 무시하고 생명도 크게 중요시 하지 않음을 드러낼수 있어 더 좋았다. 그녀를 낫게 하는 것은 기억의 망각과 젊음이다. 나타샤의 삶 속에는 어떠한 기쁨도 없었으나 생은 흘러갔다. 읽을수록 그녀 나타샤는 ENFP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면 자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로스토프가의 나타샤 오빠인 니콜라이와 안드레이의 동생 마리아 공작영애 이야기이다.

이둘은 엮어서 쓰고 싶다. 전쟁과 평화에서 그나마 가장 정상이고 올바른 정신세계를 가졌으며 해피앤딩으로 마무리 될 듯 한 두사람이 전하는 선한 삶의 모습 때문이다.

어톤먼트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제임스 멕어보이라는 남자배우와 어떤 역할이든 찰떡같이 배역에 맞춰버리는 키이라 나이틀리 가 혹시라도 현시대에 맞는 전쟁과 평화를 찍는다면 이 둘의 역할이 니콜라이와 마리아에 어울릴듯한 느낌이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나타샤 역할을 주어도 잘 해냈을 느낌....이것은 나의 생각!!!


이 청년도 안드레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구속되기 싫고 스스로가 군대라는곳에 소속감을 가지며 너무나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라고 생각할 즈음 어리석은 영지경영 문제로 쫄딱 망하게 생겼다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니콜라이는 세상 모든 혼란을 피해 조용하고 평화롭던 군대에서 휴가를 받아 어쩔수 없이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사랑하는 동생 나타샤가 안드레이와 약혼했다는 것이 못내 찜찜했고 재정을 관리하던 미텐카에게 총결산을 요구했다. 문제는 총결산이 뭔 말인지도 모르는 미텐카보다 내놓으라고 한 니콜라이는 더 그게 뭔지 몰랐다고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울률률류...늑대를 모는 개들에게 보내는 신호인데 웃긴다. 늑대사냥 장면은 톨스토이의 천재적 묘사력으로 마치 현장에 있는 듯 아주 실감난다. 망해가는 로스토프 집안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은 니콜라이가 부잣집으로 장가가는 길만 있을 뿐이다. 백작부인은 대놓고 그렇게 아들에게 말을 또 한다. 니콜라이에게 그딴 말은 의미없고 자신은 소냐와 결혼할 것이라 당당하게 밝힌다.

마리아...나는 안드레이의 동생인 그녀가 참으로 애틋하다.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아버지 볼콘스키 공작의 욕받이가 되어야 하고 유일한 친구로 생각했던 줄리는 사교계에 인기쟁이가 되어 맨날 남자얘기,결혼얘기니 자신과 통할리가 없다. 더 환장할 일은 아버지 공작님이 자꾸만 마드모아젤 부리엔과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다. 아들 안드레이가 나타샤와 결혼하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지라 그 얘기를 나누는 핑계로 딸보다 그녀 부리엔과 더 친밀함을 보이고 있으니 공작영애 마리아의 몸에 사리가 한 사발 나올 느낌이다.그래도 그녀 마리아는 고집쟁이 노쇠한 아버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천사가 따로 없다.

"난 갈 수 있으니 다행인데... 넌 그럴수 없으니 내 마음이 무척 아프다."

안드레이 오라버니가 마리아공작 영애의 모든 힘겨움을 이 한마디로 위로한다. 자신을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 안드레이의 말에 결국 눈물을 보인다.

고통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분이 보내시는거야. 사람들은 그분의 도구이고, 그들은 아무 잘못이 없어.만약 오빠가 보기에 누군가가 오빠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것을 잊고 용서해. 우리에겐 누군가를 벌할 권리가 없어. 그러면 오빠도 용서하는행복을 깨닫게 될 거야.

page 440

여기서 마리아의 신앙심이 보여지고 이는 톨스토이의 종교관과 신앙에 대한 신념이 그대로 드러나 있을꺼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상만물은 사람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다 그분께서 정하신대로 흘러갈 뿐이고 사람은 한갖 조물주가 만든 도구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고 상대방에게서 받는 미움과 모욕도 어쩌면 정해진 순리대로 나에게 온 것일 뿐이다. 서로 사랑하여라....그분이 하시는 말의 궁극적 핵심은 이 말이다. 옆으로 샜지만 전쟁과 평화는 ..톨스토이 선생님은 정말 위대한 작가이시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의 마음을 정리하게 만드시는 위대한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

노공작이 중풍으로 쓰러진 후 마리아 공작영애는 스스로 잊고 있던 개인적인 소망과 기대가 그녀안에서 눈을 떴다는 점이 놀라웠다.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자유로운 삶, 심지어 사랑과 가정의 행복을 누릴수도 있다는 생각이 악마의 유혹처럼 끊임없이 그녀의 상상 속으로 들어왔다. 공작의 죽음은 처연하다. 그토록 곧은 막대같은 그가 속내를 드러내 놓을 때 마리아 공작영애는 오열한다. 한편으로는 자유를 찾고 싶었지만 자신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토록 고욕스러웠던 노공작의 구박도 딸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음을 새삼 실감하며 현실을 부정한다. 마드모아젤 부리엔의 궁색한 고백에 자신은 타인의 말을 듣기보다 노공작과 안드레이의 입장에서 현재 자신의 상황과 선택을 생각하게 된다. 마리아 공작영애는 농부들을 위해 공작이 비축해 놓은 모든 곡식을 함께 나누려고 한다.

우리 모두의 고통이예요.

그러니 모든 걸 함께 나누기로 해요.

나의 것은 모두

여러분의 것이랍니다.

그러나 농민들이 이를 거부한다. 자신들은 집을 두고 떠날수 없으며 곡식을 나누는 것도 갖지 않겠다고 하니 마리아의 고심이 커질수 밖에 없다.

​로스토프와 마리아 공작영애의 운명적인 만남.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올케가 될 뻔했던 나타샤의 오빠잖아...로스토프는 마리아에게서 어떤 운명적 느낌을 받는다. 마리아를 보호하고자 하고 곡식을 받지 않겠다고 동요하는 농민들에게 큰소리를 치며 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올~멋짐 폭발!!!!

다만 당신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행복합니다.

당신에게 행복과 위로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좀 더 행복한 상황에서 당신과 만나기를 바랍니다.

그녀는 자기를 결코 사랑해 줄것 같지 않은 남자를 본인이 먼저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몰랐다. 그의 눈길, 그의 연민,그의 말이 떠올렸다.마리아 공작영애는 하느님의 뜻을 보았다.


마블도 아니면서 인류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피에르...그러나 그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다.

자신의 몸뚱아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사랑해 본 적 없는 아내 옐레나를 생각하며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다는 생각을 한다. 프리메이슨의 활동에서 거짓과 혼란들에 대해 고뇌하며 혼돈에 빠지는데...풀리지 않는 삶의 물음들의 압박아래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손에 잡히는 것은 모두 읽고 피곤하면 자고, 일어나면 클럽에서 잡담하고,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어도 보이는건 슬픔이다.허무하다....모든것이 되돌이표 처럼 반복된다.

아나톨...피에르의 처남이며 무뇌인 엘렌의 동생이다. 아버지 바실린공작이 오죽 답답하면 그를 모스크바로 쫓아냈을까. 워낙 많은돈을 빚지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보니 공작이 빚을 반만 갚아주고 나머지는 자신이 구한 부관직위를 수행하면서 좋은 베필을 구하도록 취업까지 시켰다. 집에서 새는 쪽박은 밖에서도 샌다. 아나톨은 지극히 의식의 흐름대로 살아가는 인간이라 돌로호프에게 나타샤를 어떻게 꼬실것인지 계획을 말한다. 아나톨이나 피에르의 아내 엘렌. 누가 남매 아니랄까봐 무개념잔치 중이다. 피에르가 완전 열받아 아나톨에게 갖다 퍼붓는다.

피에르는 아나톨의 비열한 미소에서 자신의 아내 엘렌의 모습을 본다. 반변 점점 나타샤에게 신경이 쓰이는 피에르...의식의 흐름대로 사는 인간이었구나...

전쟁에 참여한 피에르...이곳이 자신이 있을 자리도 아니며 할일도 없다는 것을 느끼고, 또다시 누군가에게 방해가 될까 두렵기만 하다.


내가 태어나기 딱 100년 전에 쓰여진 이 소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빠져들게 하는 것은 고전의 매력이며 레프 톨스토이의 필력이 우리를 끌어 당기나 보다. 중권에서 온통 매력에 빠져들게 했으니 하권에서의 마무리도 기대해 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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