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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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처럼 해맑은 웃음을 간직한 작가 박완서.

늘 우리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전해주어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을 때는 오래된 엄마의 수첩을 들쳐보는 느낌이다. 작가의 작품은 소박하고 진실하고 오로지 단순함을 품고 있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 안에서 희망과 사랑을 전한다. 어려운 말로 치장하려고 하지도 않고 소박하고 소탈해서 누가 읽어도 마음이 어루만져 지는 느낌을 받는다. 작가가 타계한지 올해로 꼭 10년차 , 불혹의 나이에 문단에 데뷔하였지만 주옥같은 작품들이 작가의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그녀의 삶은 모질었지만 불평하기보다 글로 풀어냈다. 여러방면의 사회문제를 작가 특유의 고집스러움으로 신랄하게 비판하고 드러내 놓았다. 그러나 늘 작가가 추구하는 방향은 외길이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삶일지나 결국에는 희망이 있고 그 끝에는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을 믿었다가 속았을 때처럼 억울한 적은 없고, 억울한 것처럼 고약한 느낌은 없기 때문에 누구든지 어떡하든지 그 억울한 느낌만은 되풀이해서 당하지 않으련다. 다시 속기 싫어서 다시 속지 않는 방법의 하나로 만나는 모든 것을 일단 불신부터 하고보는 방법은 매우 약은 삶의 방법 같지만 실은 가장 미련한 방법일수도 있겠다.(page24)

올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올겨울의 희망도 뭐니뭐니 해도 역시 봄이고, 봄을 믿을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page27)

작가는 항상 독자들에게 견뎌내라고 용기를 준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일이라도 한겨울의 몸서리 쳐지는 추위는 결국 봄에 쫓겨 밀려난다는 것을 말한다. 봄이 오는 것은 하늘의 섭리이듯 하찮은 풀꽃에게도 오는 봄이 존귀한 사람에게 오지 않을까...희망을 준다.

다시 꿈을 꾸고 싶다. 절박한 현실감각에서 놓여나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만 한가해지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꿈을 단념할 만큼 뻣뻣하게 굳은 늙은이가 돼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page69)

마치 다 지나간다.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 있다, 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그 무심한 듯 명fkd한 속삭임은 어떤 종교의 경전이나 성직자의 설교보다도 더 깊은 위안과 평화를 준다.(page111)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삶의 지침서를 읽는 느낌이다. 이 나이쯤 되면 이런일도 있고 또 이런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연연해 하지 마라. 는 위로가 들려 안도하기도 한다. 남영역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햇으나 예정된 시간에 만날수 없게되자 불안이 엄습해 가방을 뒤졌으나 지갑을 두고 나왔는지 잃어버렸는지 긴박한 상황이 보인다. 주민등록증도 그 무엇도 자신을 대변할 도구가 없음을 알자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을 남긴다. 물론 현재와는 좀 다른 시기인지라 핸드폰도 없어 시대적 이해도는 떨어지지만 그 느낌을 어렴풋이 이해할 것도 같다.



작가는 신앙인이다. 나이가 듦에 따라 죽음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나보다.

나의 최후의 집은 내 인생의 마지막 여행가방이 아닐까. 내가 끼고 살던 물건들은 남 보기에 하찮은 것들이다. 구식의 낡은 생활 필수품 아니면 왜 이런것들을 끼고 살았는지 남들은 이해 할 수 없는 나만의 추억이 어린 물건들이다. 나에게만 중요햇던 것은 , 나의 소멸과 동시에 남은 가족들에게 곤란한 짐만 될 것이다.(page247)

가장 두려워 할것은 남루한 여행가방 안에 깃든 내 영혼, 스스로가 일생을 이끌고 온 영혼이 주님 앞에 열려지는 날.

두려움이 없을 것 같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이 살아온 삶에 하느님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들을 잃자 따라 죽고 싶었다고 한다. 정말 살고 싶지 않았고, 죽을 방법도 도처에 널려 있었지만 생명에 대한 애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만큼 모질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신은 각자가 짊어질 수 잇을 만큼의 고통만을 주심을 깨닫는다. 그래서 작가는 당당하게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고 자신 하셨나보다.



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해 주는 한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빛, 이런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 영혼 깊숙이 새겨두고 싶다.

page286



작가가 쓴 글이 풍경이 되어 내 머리 속에 그려진다. 예사로운 아름다움도 어느 시기와 만나면 깜짝 놀랄 빼어남으로 빛날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을 곱씹어 본다.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작가의 삶처럼 자신에게 충실하며 거짓없이 사람들을 대하고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안다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내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진실된 삶을 살아간다면 그럭저럭 이번 생은 잘 살아낸 것이라고 믿어 보려 한다.


출판사지원 서평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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