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오는 것이 평가절하이다. 그러면 왜 결혼했던가... 하고는 가슴을 치며 후회를 할 것이다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나 역시 결혼 한 달이 지나고 나니 모든 환상이 깨져 버렸다.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내가 아주 큰 실수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서약의 무게가 이렇게 무거운 짐이 될 줄은 몰랐다. 결혼은 둘만의 행복으로 만족되는 것이 아니었다.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있어 결혼은 한 집안과 집안이 결합되는
과정이었으며 시댁과 우리 집과는 이상도 현실도 모두 달랐다. 천생연분은 뒷집 개나 주어야 할 말이었고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시댁 일로 친정 일로 우리는 싸우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그 모든 근원은 말이었다. 그들이 옮기는 말들이 화살과 유리조각이 되어 신혼인 우리를 공격해 왔고 그 조각들에 찔릴 때마다 세상에 살아가면서 내가 배운 못 땐 말들은 모두 기억해 내어 독하게도 뱉어내기 시작했다. 더 상처 주기 위해 배틀이 붙었다고 하면 이해하기 빠를 일이다.
왜 우리는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둘의 문제가 아닌 타인들의 말 때문에 싸우고 있는지 그 원인을 생각해 보니 소통의 부족을 깨달았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삶에도 공부가 필요함을 알았다. 결혼도 부모가 되는 것도 처음 해보는 것인데 우리는 아무런 준비 없이 부모가 살아온 삶을 본대로 배우고 전철을 밟는다. 나처럼 한부모가정의 자녀는 그럼 어떻게 배울수 있는가...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알아내고 조금씩 그 빈틈을 채우기 시작했다. 마주보고 채우기 보다 함께 한 곳을 바라보고 걸어 가다 부족함이 보이면 말하지 않고 채워 준다.
가톨릭에는 ME라는 특이한 부부가 함께하는 주말피정이 있다. 더 깊은 사랑으로 부부가 참여하는 사랑의 삶을 위한 대화법을 배우는 캠프다. 마지막날 부부가 아무말 없이 마주 눈을 바라보라고 했을 때 왜 우리는 폭풍 같은 눈물을 마주했는지 서로의 얼굴에서 연민과 수고로움. 안타까움을 읽었다. 이후로 대화법도 조금씩 배운대로 수정해 나가며 익혀나간다. 물론 지금도 싸우지 않는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남편이 철들던 아들처럼 보이기도 하고 남편 역시 말 지독히도 안듣는 못땐 딸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채찍질하고 보듬어가며 살아가는게
부부가 아니겠는가.
책에서의 말처럼 역경과 고난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경험하고 부족한 것은 더 잘하는 사람이 채워주면 된다. 상대는 그 부족함에 대해 부끄러워 하기보다 내가 이런부분에서 취약하구나 생각하고 갖추면 될일이다. 그렇게 좀 더 우리는 성숙한 존재로 익어가는 것이다.
결혼은 환상이고 부부는 현실이라는 말. 아무리 사랑으로 똘똘 뭉쳐 시작했어도 부부가 되면 이런저런 삶의 과제와 직면하게 된다. 작가의 말처럼 처음하는 것이니 배워야 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리고 서로의 삶의 마지막 날까지 영원히...함께...
출판사 지원 서평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