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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 은행나무
조너선 프랜즌의 여섯번째 장편소설인 크로스로드는 『인생수정』을 이은 가족을 주제로한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특히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능력이 세심하게 그려져 있어 개개인의 심리를 탐구하는 섬세한 전개가 책의 두께에 대한 독자들의 부담과 무게감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었다는 느낌이다.
이 책의 표지가 이 가족을 모습을 대변하며 기도하는 가족의 모습에 붉게 그려진 ×표시가 파괴적인 느낌이다. 70년대 미국사회를 되돌아보면 베트남 전쟁의 장기화로 시민들의 싫증은 극에 달했고 밀수로 쏟아지며 많은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마약을 복용할 수 있었다. 문화적으로는 젊은이들이 기존 질서에 저항하며 히피.마약.데모 등이 대학가를 휩쓸었으며 불륜과 인종차별, 혼란과 부패가 만연하여 통제가 요구된 시대이기도 하다.
미국 시카고 근교의 마을 뉴프로스펙트.
교회의 부목사로 일하는 자기중심적이고 양면성을 가진 러스 힐데브란트는 석연치 않은 과거를 품고 살아가는 아내 매리언, 베트남전에 참전한 큰 아들 클램, 학교 최고의 인기녀인 딸 베키, 누나에 대한 열등감을 안고 약물중독에 위험에 빠진 페리, 막내 저드슨과 가족을 이루고 있으며 대림절과 부활절이라는 큰 틀안에서 이 가족의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풀어나가 진다.
교회의 청소년들을 위해 만든 조직 '크로스로드'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전도사인 릭 엠브로드에게 지도자의 자리를 넘겨주며 나오게 된 러스는 공공연히 릭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교회 신자 중 미망인인 프랜시스코에게 남다른 욕망을 품는 낙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프랜시스코의 옆자리를 지키기 위해 시종일관 신경쓰고 있는 러스의 모양새에서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인간임을 강하게 느낄수 있었다. 러스에게는 자신의 주일 강론 설교문까지 교정을 도맡아 해주는 아내 매리언이 있지만 이들의 관계는 그다지 순탄치는 못하다. 아내 매리언이 결혼 전의 아름다운 모습은 오간데 없고 중년의 굵은 몸매가 전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아 부부간에 동상이몽을 드러내며 위태하게 삶을 이어 나갈 뿐이다.
러스의 불륜은 아내 메리언을 힘들게 했고 목사 사모로서의 중요성과 그 중요성에 대한 모든 모욕에 민감할수 밖에 없었다. 그녀 스스로도 과거의 비밀스런 상처를 돌아보게 되고 러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페리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며 괴로워 한다.큰아들 클램은 그러한 아버지에 대한 실망으로 학생징병 유예 혜택을 포기하고 베트남전에 참전하게 된다.
한때 클렘이 감탄할 만한 힘을 가졌던 남자는 이제 말도 안되는 실수의 얼룩처럼 보였다.
클렘은 아버지와 한 방에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큰딸 베키 역시 아버지인 러스가 싫어함을 인지하면서도 크로스로드에 가입하여 반항심을 드러내지만 그 안에서 신앙의 힘을 알아가고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아들 페리 역시 영민함을 갖추고 있지만 러스에게 인정받지 못함에 크로스로드에 가입하고 약물에서 위로를 받는다. 누구나 부모가 처음이라 잘 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고자 한다. 목사이기 때문에 진실된 신자로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타인의 눈을 의식한 러스의 그릇된 생각과 편애로 자녀들이 병들고 가정이 흔들렸다.
실상 간추려보면 이 소설이 이렇게 긴 내용이었어야 했나 라는 의구심도 가졌었다. 시대의 상황을 읽어내고 마약이나 빈곤, 인종차별 등을 통한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편적인 감정을 드러내 이들의 삶을 면밀히 드러나게 보여주는 작가의 솜씨덕에 쉽게 손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완독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주님은 바로 그런식으로 일하셔. 그눕이 우리를 돌보시는 방법이 그거야.
우리가 서로를 돌보게 하시는 거지.
문제를 상대방에게서만 찾으려는 그릇된 생각들이 가족의 분열을 앞당기며 일어나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다. 러스와 메리언 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시련과 내면의 갈등이 있고 서로에게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쇼윈도우 부부처럼 살아갔던 것이다. 그안에서 각자가 겪는 외로움을 가족안에서 위로 받기보다 타인에게서 찾으려 함이 문제였던 듯 하다.
주님께서 탄생하심을 기다리는 대림절. 이야기는 기다림에서 다시 예수가 탄생하는 부활까지 이어진다. 부활의 의미가 탄생, 새로움, 시작을 의미하듯 이 가족에게도 부활의 의미가 부여되는 느낌을 받는다.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