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06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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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파병을 막기 위한 다리 폭파 작전의 주된 임무를 가진 로버트 조던. 1편에서의 오직 자신의 임무만을 수행해 내야 한다는 편협된 군인의 자세에서 조금은 현재의 상황에 처한 자신을 돌아 볼 줄 아는 모습이 보인다.


적군 내 정찰병이 죽은 후 그가 가진 일기와 편지를 읽고 조던은 많은 생각에 잠긴다. 죽은 정찰병 역시 한 가정의 아들이고 형제이며 사랑하는 연인이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고 어떠한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삶을 살아내던 한 사람에 불과하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잘못된 일이기는 하지만 전시라는 상황이 그 동기를 정당화 하고 있음에 고통스러운 살인이 자신에게 있어 결코 불가분한 임무였음을 스스로 세뇌하며 인지하고자 노력한다.


너는 아직도 네 행동의 동기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나?

그렇다. 그렇게 하는 것은 옳다.

PAGE 93


로버트 조던은 왜 자신의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철교폭파의 임무를 수행하려고 했을까? 자신에게 있어 72시간 동안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한 마리아와의 미래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파시스트에게 부모님 두분을 모두 잃고 자신도 성적 학대를 당한 뒤 고통스러운 가운데 게릴라의 도움 아래 자신의 삶을 유지해 나가는 마리아가 어떻게 보면 가장 멘탈이 강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조던을 만나면서 그 회복력이 사랑의 힘으로 더욱 빨라져 조던과 결혼하여 파시스트에 대항할 자식을 두고 싶어하는 큰 그림이 용맹스럽기 까지 하다.


전 당신의 딸이나 아들을 낳고 싶어요.

그리고 파시스트들과 맞서 싸울

우리의 아들이나 딸이 태어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 세상이 더 좋아질 수 있겠어요?

page177

로버트 조던이 폭파 재료를 들고 도망친 파블로를 원망하고 거의 잠을 못 자며 다리 폭파 작전을 생각하는 동안, 그의 보고서를 상부에 전달하러 간 안드레스는 내적갈등을 보인다.


우린 참으로 힘든 시기에 태어났어.

인간은 고통을 당하는 만큼

그 고통에 저항할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실은 생각만큼 그렇게 심하게

고생하는 것은 아니야.

page199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무척 서둘러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보고는 더디고 진행은 느렸다. 상황이 잘 이해되어 보고가 진행되나 싶다가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며 애가 타게 만든다. 여러 사람의 목숨이 달린 그리고 그들의 미래가 달린 상황도 원칙과 위계질서를 앞세우며 지휘관들은 위급한 작전과 관련된 사람들의 목숨보다는 사소한 자신들의 감정 만을 중요시 한다.




드디어 교량 폭파의 날! 폭파재료를 들고 도망갔던 파블로가 돌아오고 로베르토와 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더한다. 교량을 향해 나아가는 탱크를 저지하는 파블로와 라파엘, 동료 라파엘의 죽음을 목격한 파블로는 그간 감춰두었던 전투력을 상승시키고 온 힘을 다해 싸운다. 안타깝게 안셀모가 떠났고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폭파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로버트는 게릴라 대원들에게 진정한 형제애를 느꼈다.


폭파의 임무를 마치고 전쟁터를 벗어나 마리아와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 옷을 사고 편안한 호텔에 머무는 자신의 모습을 소박하게 꿈꾸던 로버트 조던 .책을 읽는 동안 전시 교량 폭파라는 주제보다 그 와중에 보여진 마리아와 조던의 애틋한 사랑에 그 축이 더 기울었다. 한쪽에서는 목숨을 잃고 파괴되는 일이 벌어지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사랑이라는 반대의 축이 생성한다.


특히 72시간을 살아도 72년을 산 사람보다 더 강렬하게 살수 있다.는 말처럼 조던과 마리아의 사랑은 참으로 강렬하고 또 감동적이며 슬프고 애틋하다. 전쟁이 가져다 주는 비정함 , 죽음을 앞 둔 상황에서 인간이 겪는 용기와 비겁함 .결국 종은 타인을 위해 울림을 갖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울리는 것으로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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