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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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주

에밀졸라

문학동네

패주는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다.

진화론적 사상에 몰두한 이래 누구보다 교양과 학식을 갖춘 젊은 모리스는 삶이란 매 순간 전쟁이라는 이념에 사로잡혀 뜨거운 조국애로 전쟁에 참여한다. 누구나 전쟁에 참여할 때의 마음가짐은 자신들이 이 전투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는 않을 듯 하다. 모리스가 보기에 황제의 작전은 명료했고 그저 행군만 해도 승리는 따라 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계획은 꿈과 같았고 실천의 현실이 이 상황을 따라주지는 못했다. 훗날 분명히 알게 될 그 현실이 모호하고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전쟁을 지휘할 리더들은 서로 협력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생각만이 옳다고 싸우며 뒤죽박죽의 난맥상을 드러냈다.

전쟁에 참가한 병사들은 같은 상황에서 목숨의 위태로움을 함께 하기에 이러한 감정은 사치가 아닐까 생각했다. 장은 그렇지 않은 듯 했다. 모리스와의 관계에서 불편함이 보인다. 농부와 지식인이라는 계급과 교육의 차이에서 오는 반감과 혐오감이 육체적 불편함으로 전이되었다는 구절을 읽으니 미지에서 오는 그 공간속에서의 불편함과 불안의 느낌이 읽는이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패주하는 퇴각부대, 그들과 함께 원주민들이 야만인 정복자에게 땅을 내준 뒤 집단이동할 때 처럼 먼지를 휘날리며 피난민들과 함께 협곡과 고지대, 황량한 숲을 지나간다. 패주로 인해 이동하는 병사들은 독기만 남은 가난한 주민들에게 모욕받을 짓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쩔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모욕을 받으며 고통을 감내한다.

자신들이 반드시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는 막연하고 무모한 현실 감각이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자존심과 만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들이 모두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전쟁의 유지로 이어지는 삶이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속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패배를 위한 전쟁은 그 끝이 어디인지 읽는이들의 마음도 아득하기만 하다.




대작을 쓴 에밀 졸라는 미국의 마크 트웨인이 프랑스를 구한 잔다르크에 비교할 만큼 극찬을 한 작가이다. 에밀 졸라가 패주를 쓴 1891년은 프랑스가 패전을 겪은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라 전쟁 생존자들의 생생한 육성을 직접 듣고 수집해 패주의 바탕이 되는 기록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전쟁으로 일어나는 가장 참혹한 재앙과 한 왕조의 몰락 그리고 한 시대의 붕괴, 불신이 팽배하는 가운데에서도 병사들간의 우정은 피어난다. 특히 여러모로 맞지 않을 것 같았던 장과 모리스 사이의 우정은 절망과 굶주림.누적된 피로가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감동적이기도 했다.

잠시 숨이 붙어있던 그의 눈에 지평선 위로 솟아오르는 전쟁의 진정한 환영,

하나의 법칙처럼 어쩔수 없이 받아 들여야 하는 잔혹한 생명의 투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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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3세의 무기력함. 전쟁에 패한 황제는 거추장 스러운 짐조차도 주민들의 비난을 받는다. 황제도 군인들도 모두 스당에 갇히고 모든 작전은 실패를 반복하는 가운데 군인들은 지쳐갔고 일리고원에서 모리스가 장을 구해준 이후 둘은 언제나 자신보다 서로를 먼저 생각하는 자기희생적 정신이 보여지고 있었다. 다른 대원들은 실제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언가를 가지면서도 동료와 나누는 법이 절대 없는 음험한 이기주의를 보여 장을 화나게 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지쳐가는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서로를 의심하며 경계하기 시작한다.

전쟁의 참상은 혹독하고 참담하기만 하다. 에밀졸라가 패주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도 그 참상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전하고자 상세한 묘사에 집중한 듯 한 느낌이다. 무능한 우두머리들의 경쟁의식과 실패한 작전등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러한 혹독한 환경 속에서고 평범했던 군인들이 조국을 위해 목숨바쳐 싸운 불굴의 용기와 위대한 항전등은 충분히 높이 평가할 일이다. 그리고 그안에서 보여지는 뜨거운 우정과 안타까운 결말이 가차없는 운명과 감당하기 힘든 재앙속에 모두 한줌 흙으로 묻어 버리고 다시 재기하고자 하는 불굴의 의지로 마무리 되어 끝이보여도 그 어딘가에 실낱같은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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