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선영 옮김 / 새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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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가난한 사람들은 19세기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품이다. 인간 심성의 가장 깊은 곳까지 꿰뜷어보는 심리적 묘사로 20세기 소설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토옙스키의 등단작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등장하는 마카르와 바르바라의 사랑이 어떤 종류인지 읽을수록 궁금해졌다. 단지 고아인 바르바라의 후원자로서 사랑이 담긴 것인지 많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인건지... 무튼 둘은 세상에 둘도 없는 가족이고 희망이었다.

먼 친척인 바르바라의 후원자가 되면서 마카르는 새거처를 마련해주고 자신은 가장 저렴한 방으로 옮겨 궁핍한 삶을 살아간다. 직장에서 늘 놀림받고 무시당하는데 익숙해진 마카르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그저 순종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렇게 의미 없던 삶 속에 먼 친척 바르바라의 후원자가 된 것은 마카르에게 한줄기 희망이었고 활력이 되었다.

두주인공은 바로 이웃에 살면서 자주 만나면서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간의 속 깊은 이야기를 여과없이 털어 놓는다. 바르바라는 마카르가 자신 때문에 월급도 가불하고 늘 돈에 쫓겨 허덕이는데 몹시도 괴로워 하고 자신이 아픈 가운데에도 근근히 바느질을 하여 모은 돈을 마카르에게 조금씩 건네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 안에는 고골의 외투가 살짝 등장한다.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마카르에게 빌려준 책이 고골의 작품인 『외투』였고 실제 동시대에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책에 실어 글감으로 쓰다니 생소했지만 특별하다. 고골의 외투를 읽었을 때 가난한 9등 문관이 어렵게 마련한 코트를 강도에게 빼앗기고 시름 앓다가 병들어 죽어서 유령이 되어 코트를 찾으러 다니던 이야기였다. 둘은 어딘가 모르게 살짝 닮아있다.

외투의 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새외투를 통해 자신의 신분상승을 꿈꿨다.

​물질적인 것이 자신의 신분을 상승하게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외투를 빼앗긴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서도 유령이 되어 코트를 찾으러 다닌다.

도대체가!

그 책에 따르면 어디가 됐든 자기 자리에서

얌전히 지내면 안되는 것이더군요.

page127

마카르의 편지글에서 고골의 외투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투영되어 보여지니 도스토옙스키는 고골의 글을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은 느낌이다.

마카르는 바르바야가 고골이 쓴 외투라는 작품을 칭찬하자 불만을 격하게 토로한다. 외투의 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상황에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여진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슬며시 그들의 가난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둘은 참으로 닮아 있기는 하다. 다른 부분이라면 고골의 코는 3자의 눈을 통해 주인공의 절망과 지독한 가난이 표현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은 마카르가 직접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경제적인 빈곤은 열심히 살아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빈곤이 빈곤을 낳고 돈을 빌리고 빌려도 가난은 그들 곁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자꾸 그 깊은 가난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게 만든다.

난 당신을 주님의 빛인 듯 사랑했어요.

내 친 딸인 듯 사랑했어요.

당신의 모든 걸 사랑했어요.

아기씨. 내 친근한 사람!

page243

마카르의 사랑은 참으로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 바르바라는 더이상 마카르에게 짐이 되는 것도 싫었고 안타깝게도 가난을 피해 자신의 불행이 뻔히 보이는 과거의 지옥같은 삶 속으로 떠난다.

가난하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는 고통과 외로움, 수치심과 분노, 삶에 대한 위축감 등이 도스토옙스키 특유의 섬세한 묘사로 쓰여져 있어 고전이 주는 감동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고 힘든 고통과 가난속에서도 희망이라는 한줄기 빛은 분명 존재하고 있음을 독자로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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