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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 자매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4
이디스 워튼 지음, 홍정아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평점 :

버너자매
을유문화사
이디스 워튼
#이디스워튼 은 순수의 시대라는 소설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마크 트웨인과 더불어 근현대 미국문학을 대표하며 #고전 중 에서도 낯익지 않은 중편소설 『버너 자매』가 을유세계문학전집에서 출간되었다. 작품이 쓰인 시대적 배경은 미국이 남북전쟁을 끝낸 후 산업화가 시작될 시점이라 향 후 발전을 믿는 진보주의적 낙관주의적 세계관이 풍미하고 있었고 물질주의적 세계관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고 한다. 시대적 배경을 보니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연관되어 생각났다.
이 책에는 중편소설인 『버너 자매』와, 단편인 『징구』, 『로마열』이 수록되어 있다.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 처럼 동화적 희망보다는 현실적인 묘사와 비극이나 모순된 삶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 가난에 허덕이며 개인이 겪는 무기력함 등을 이디스 워튼 이라는 여성작가가 건네는 특유의 탁월하고 섬세함으로 가득 채워져 마치 영화 한편을 제대로 보는 것 같은 묘사력에 감탄이 나올 뿐이었다.
작가는 인간이 환경이나 유전에 따라 삶이 결정되는 다윈의 자연주의 사상에 동화되어 인간의 행위를 포함하여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연이나 선택의 자유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인과 관계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결정론에 따라 소설이 쓰여졌으며 당대에 쓰인 낭만주의적 소설과는 다르게 현실적인 모습을 주제로 하였다.
소설의 배경과는 반대로 작가 이디스워튼은 뉴욕의 명문가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났고 상류사회의 삶과 부정적인 면을 풍자하는 내용을 주로 다루었으며 사회적 약자의 힘겨운 삶을 다룬 소설들이 그녀의 작품으로는 높이 평가 받고 있다.

화려한 도시 뉴욕의 뒷골목 지하 방이 딸린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정도로 생활하고 있지만 서로 의지하는 두 자매는 삶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으므로 불만도 없었고 작은 것에 만족하며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사람이기에 그것도 여자이고 젊었기에 이들에게도 드러내지 않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감정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면
어쩐지 우리가 갖고 있던 것마저
빼앗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이야기는 동생 에블리나의 생일선물로 그녀에게 꼭 필요했던 탁상시계를 언니인 앤 엘리자가 선물하며 시작된다. 앤 엘리자의 삶에서 에블리나에게 시계를 사준 것은 동생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만큼 이들의 삶에서 먹고 살아가는 일을 제외하면 즐거운 일이 하나 없었고 자매는 궁핍하고 무료한 일상을 보내왔던 것이다.
앤 엘리자에게 시계를 판 광장 건너편의 작은가게 독일 이민자 시계수리공 허먼 래미는 두 자매의 일상에 전에 없었던 작은 변화를 안겨준다. 여태껏 수정처럼 맑기만 했던 그녀들의 영혼 안에서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계획을 세우게 만들었고 서로를 질투하게 만드는 악마와 같은 존재로 그는 보여졌다.
'비통함'이라는 횃불이
'환상'이라는 얄팍한 직물에
불을 붙였다.
그녀는 직물이 다 타서 재가 되는 것을
단호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사랑으로 인해 변화된 에블리나는 전에 없던 자기 감정을 여과없이 언니인 앤 엘리자에게 그대로 드러내 보였고 이것은 앤 엘리자에게 충격적이었으며 혈관속에 남아있는 한방울의 젊음 마저도 메말라감을 느낀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동생의 취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동생을 대하는 태도가 자기도 모르게 조금씩 변해가는 사실이 겁이 나기도 했다.
이디스 워튼은 자신의 예술관을 밝힐때 "작가의 임무는 상황이 작중 인물들로부터 무엇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 작중 인물들이 주어진 상황으로부터 무엇을 만들어 낼 것인가를 묻는 것" 이라고 했다. 두 자매의 감정변화가 이를 너무도 세심하게 보여주고 있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계절들이 또 다른 작가의 섬세함을 보여준 느낌이다. 사랑을 시작할 때 봄이었고 에블리나가 떠나면서 고독과 공포 불길한 억측들이 앤 엘리자를 감싸며 계절이 변화한다. 동생과 연락이 끊긴 후 부터는 을씨년스러운 겨울이 보여진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 유익을 내려 놓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었다. 그것이 곧 복을 받는 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자기가 인생의 선물을 거절한다고 하더라도 그 선물이 그녀가
양보한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삶이란 죽음 다음으로 가장 슬픈 것”이라고 했던가! 앤 앨리자는 자신이 생각했던 삶의 그릇된 모습을 방관자처럼 마주한다.
현재의 풍경을 마치 소문을 타고 날아온 어떤 삶의 장면인 것처럼 바라보며 풍문으로 전해 듣고 불행한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보내는 막연한 동정심을 자기 자신에게 느끼고 있다. 이디스 워튼의 소설에서 보여지는 결정론적 삶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바로 두 자매의 삶에 그대로 투영되어 보여지는 듯했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살던 그녀들의 변화된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다.
「버너 자매」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심리,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변화되지 않는 궁핍한 삶의 모습, 잘못된 결혼으로 드러나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검증되지 않은 결과에 따르는 괴리감이 읽는 내내 진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출판사에서 지원한 도서로 개인적인 주관하에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