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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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한줄의 문장과 사진으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행복과 힐링을 전해 주었던 <박노해의 걷는 독서>를 만났다. 작가가 쓴 눈물의 일기장이고 삶의 고백록이라는 고백 답게 한 구절 구절마다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과 반성 또는 희망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의 시 노동의 새벽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대학 여름방학에 버스 토큰회사 알바를 하면서다. 버스가 종점인 회사에 들어오면 원래 일을 하고 있던 내 또래의 여직원들과 알바인 내가 함께 토큰을 센다. 우리가 거두어 들인 토큰을 기계 속으로 집어 넣으면 열개씩 묶음이 되어 흘러 나오고 여직원들은 그것을 열개씩 다시 묶어 백개를 만든다. 처음엔 내가 대학생이라서 그런지 괜한 거리감을 두고 말도 섞지 않으려고 했으나 뭘해도 어리버리한 모습이 보이니 안타까운지 먼저 말을 붙혀 주었다.

그 때 한 친구가 읽던 책이 박노해의 시집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양계장 닭인지도 몰라...노동의 고달픔을 말해주던 시였는데 그 때 처음으로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굳이 이름 붙혀지지는 않았지만 계층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시인의 이름이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도 알게 되었다.

누구나 가고 싶으면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당연한 이치인줄 알았으나 내 또래의 친구는 버스회사 기숙사에 생활하며 고향에 있는 식구들을 위해 13만원도 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아 1만원만 남기고 모두 보내고 있었다. 철없던 나는 월급을 타면 아놀드파마 티를 사고 나이키 가방을 살꺼라고 미리 계획을 세워 두었었는데 너무 부끄러워 그 친구에게 월급날 치킨을 사주고 알바를 그만두었다.



박노해 작가는 유년의 가난과 고독과 슬픔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 깊은 사색의 시간들이 기도가 되고 창조의 원천이 되어 『걷는 독서』로 그려졌나 보다. 어느 한 구절 울림을 주지 않는 부분이 없다. 응축된 한문장으로 만들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이 글을 썼을까? 더 깊이 생각하고 더 짧게 쓰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우리 마음과 머릿속에 뒤죽박죽 섞여있는 잡다한 정보들을 간결하게 정리해 주었다.



말하는 것은 너무 쉽게 배워 버린다.

먼저 침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다짐한다. 적게 말하자. 함축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함축할 의미를 가진 단어를 알아야 하고 그것들이 빠르게 머리속에서 정리 되어야 한다.

​열마디의 문장보다 한마디의 함축된 단어가 더 많이 힘이 있음을 매번 느끼고 있다. ​적게 말하자. 꼭 필요한 말만 하자.

ex) 안경테를 왜 바꾸었는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돈을 지불하는 주체가 나일때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나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테가 바뀌었네'..라는 인사말에 바뀐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었다. 주책이었다...



우리 모두는 소중한 사람이다. 작가의 글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준다.

해를 가리던 먹구름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반짝이는 햇볕을 비춘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고통스러운 날이 있으니 또 기쁜 날이 다가 오더라. 기쁜 일로 가득하다 보면 또 죽을만큼 힘든 날도 온다. 그러니 견디어야 한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423편의 글을 또박또박 읽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작가가 걸었을 두걸음 반짜리 무기수 독방과 알자지라의 광활한 평원도 그려보았다. 읽고 쓰는 것이 삶이 되게 하지 말라는 말에 욕심으로 읽어내던 책들을 돌아본다. 이만큼 읽고 있다며 쌓아둔 책이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한 손에 잡히는 책은 언제든 가까이 두고 쉬이 펼쳐볼 수 있는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이다. 가끔 지지리 풀리지 않는 고민이나 복잡한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펼쳐보면 아쉬운 답 하나 정도는 분명 건네 받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싶다.

작가의 말처럼 『걷는독서』가 그대안에 있는 하많은 생각과 지식들을 '목적의 단 한 줄'로 꿰어내는 삶의 화두가 되고 어려운 날의 도약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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