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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평점 :

역사가의 눈으로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역사학자 설혜심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속에 감춰져 있는 16가지 단서들을 역사탐정의 눈으로 추적해 푸아로와 마플의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안목과 식견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범죄의 여왕' 혹은 '미스터리의 여왕' 이라고 불리우는 애거서 크리스티는 설명이 필요없는 세계적인 여류작가이다. 그녀는 세익스피어와 성경책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 셀러 작가이며 실제로 기네스 기록에도 역사상 책이 가장 많이 팔린 소설가로 등재 되어 있다고 한다.
작가는 이책을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새로 읽기로 한줄 요약한다. 어른이 되어 그녀의 추리소설을 다시 읽었을 때 새롭게 보이는 것들에 대해 탐정, 집, 독약, 병역면제, 섹슈얼리티, 호텔, 교육, 신분 도용, 배급제, 탈것, 영국성, 돈, 계급, 미신, 미시사, 제국 등16개의 주제로 담아두었다.
신기하리만치 학계가 무관심하고 냉담했던 애거서의 작품들에 대해 독자들이 함께 추억하기를 바랬으며 애거서가 창조한 캐릭터들에 대해 이미 현존하는 것으로 반드시 실제적인 대상임을 확인하기를 요구한다. 애거서는 현실성이라는 요소를 몹시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일부러 셜록홈즈와는 정반대의 인물 푸아로를 기획했던 것일까?
셜록홈스 시리즈를 알게 된 후 열성적인 팬이 된 애거서는 18세 때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애거서 크리스티는 자존감이 상당히 높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인기작가였던 노란방의 비밀을 쓴 신예 작가 가스통 르루가 아니라 자신의 글쓰는 상대는 애초부터 셜록홈스를 쓴 코난도일이 그 대상이었다고 하니 어린나이에도 당찬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또한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못한 탐정 캐릭터 푸아로를 만들어내기 위해 보여지는 그녀의 열정이 감탄을 자아낸다.

애거서가 쓴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을 보면 유달리 독약과 관련된 해박한 지식의 내용들을 볼 수 있다. 정보의 밀도가 높아 도저히 전문가가 아니라면 글쓰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영국은 전쟁이 발발할것을 예상한 것인지 1910년대 초부터 응급의료강좌가 유행했고 애거서 역시 이 과정을 이수해 간호사로 일했다고 한다. 과로에 지쳐 폐결핵을 앓게 되고 상급자의 권유로 조제실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이때 공인약제사 시험을 통과해 약제사가 되었다고 한다.
주변에 독약이 널려있고 간호일을 할 때 만큼 바쁘지 않아 독살에 관련된 추리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녀의 하고자 하는 열정과 그 안에서 모티브를 찾아내는 창의력이 놀랍기도 했다.
집에 대한 애착은 어쩌면 누구나 지닌것인지도 모른다. 애거서는 집을 오랜 수명을 지닌 , 반드시 보존해야 할 생명체처럼 묘사하고는 한다.집은 주인공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켜내야할 최고의 유산이다.(page 42)
애거서는 여러 작품에서 집을 소재로 썼고 이는 많은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였으며 인기를 끌었다. 애거서 역시 집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이는 영국인들이 가진 특성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기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오죽하면 영국인들에게 '집은 조국의 대체제' 다. 라는 말이 있을까!
역사학자이며 영국사를 전공하였기에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여러가지 단서들을 통해 재해석 하였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애거서가 가진 묘한 복잡성과 콤플랙스를 발견해 주었다. 여성해방주의자인듯 하나 여성혐오적이기도 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돈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모습. 지독한 영국월주의자의 모습도 보이고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편견이라는 요소도 발견 시켜 준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통하여 영국의 역사와 그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더불어 독자들이 이해하게 된다면 작가가 이 책을 쓴데에 충분한 이유를 달성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 각별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며 그 가운데 틈틈이 애거서의 묘하게 모순적인 모습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히 한몫을 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