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과 두 갈래 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 - 교유서가 소설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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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외출』『이사』는 이 시대의 경계선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청년취업과 연관된 서글픈 이야기이다.

작가가 수년 전에 써 둔 글이라 현재의 상황과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변화가 없다는 것이 더 안타까울 뿐이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지만 권고사직을 당한 두 청년과 가장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공감이 갔다.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는 현경은 있지도 않은 인턴이라는 이름을 달고 정규직을 꿈꾸나 자신의 위치나 처한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버텨내고 버티다 상처를 받고 퇴사한다. 「이사」에서는 적성과는 하나도 맞지 않는 회사를 생계를 위해 어쩔수 없이 다니다가 권고사직 후 실업급여를 받으며 버티는 와중에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모습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금의 청년들 모습이다.

자신이 취업난을 겪는 이유로 세상 탓, 부모 탓, 스팩 탓을 하는 청년들도 있지만 그 와중에도 똑같은 배경속에서 취업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청년들을 자주 만난다.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발전해 나아갈지를 스스로 알고 있기에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당당히 취업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후의 삶이다. 똑같이 시작해도 있는집의 자녀와 그렇지 못한 집의 자녀는 삶이 달라지기도 한다. 같은 연봉이지만 한푼도 쓰지 않고 부모님의 그늘아래 차곡차곡 모으며 재태크하는 삶과 월세에 부모님 생활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흙수저의 삶이 어떻게 같아질 수 있겠는가.

 

『사루비아』는  믿음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는 단편이었다. 그 사람이 그럴리가 없다는 말...못 믿는 말 중의 하나이다. 마을 이곳저곳 일어나는 방화에 대해 왠지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화자가 자신의 기구한 팔자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끌어 나간다. ​결국 절대적으로 믿어야 할 사람들이 자아의 이중성을 보이면서 나오는 결말이라 씁쓸했다.

 

 

 

 

 

최선을 다해 살았던 삶이 아버지 자신에게 가져다 준 것은 텅빈 잔고의 통장과 덜 큰 아이들의 버려진 장난감을 줏어 닦아 자신의 손주에게 전하는 일이라는 비애를 느낀 후 생을 마감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죽음에 자신도 자살모임에 참석해 죽음을 준비하는 p

​자살모임에서 만나 죽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가며 삶을 이어 나가는 사람들. 『햇빛 밝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과연 이모임에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 진심으로 죽고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느껴졌다.

단편들을 읽다보니 이야기의 기본적 베이스가 참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가진 내 이웃들이다. 가난에 서럽게 몸부림치고 지지리도 없는 운이라는 굴레에서 허덕이며 실낱같은 희망을 쫓아가는 삶을 살아내는 이웃들.

걸죽한 사투리에 독백의 형식으로 이끌어내는 『목포행 완행열차』도 그러했다. 부모 복도 없는데다 남편 복도 없다. 하나라도 있을법한 자식 복도 남의 이야기다. 읽고 나니 마음이 묵직하고 불편해진다. 작가가 20년도 전에 쓴 글을 새롭게 발간한 책이라는데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불편함과 설움이 강산이 두번 바뀌도록 크게 달라짐이 없다는 사실이 서글퍼질 따름이다.

코로나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가 오히려 더 확연히 드러나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며 그 가운데에도 살아내려고 몸부림 치는 이웃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줄법한 『한마을과 두갈래길을 지나는 방법에 대하여」는 작가 자신에 대한 비유로 느껴졌다.

이야기꾼의 삶을 살아야 하는 자신이 가난과 절망속에 여전히 살아나가는 이웃들의 삶의 차별성에 대해 조화로운 언어를 보태고 있다. 그들의 삶이 이끌어지도록 노력하고 다음의 삶이 조금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속에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읽는 이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그것이 작가가 보내는 한가닥 희망처럼 느껴진다.

출판사지원 리딩투데이 서평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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