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거울이 될 때 - 옛집을 찾았다. 자기 자신을 직접 이야기한다. 삶을 기록한다. 앞으로 걸어간다.
안미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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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았던, 그리고 기억하는 집들에 대한 이야기... 그 안에서 경험한 순간들, 사소하지만 빛나는 것들. 삶에 대한 진심과 비밀들, 그리고 작은 이야기들을 만나보는 시간. 작가는 그 시간 안에서 지나간 시절의 나를 찾아내 기억하고 안아주고 공감해 주는 시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문밖에 버려진 시간들이

얇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까치발을 하고 서성대고 있다.

page 129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나의 기억을 되살려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나 자신의 행복한 시간, 아픔과 추억들을 끄집어 내 버릴 것은 버리고 기억할 것은 다시 잘 저장해 두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시간과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작가의 기억을 만나는 길을 따라가면서 나 또한 잘 정리해 보고자 한다.

 

작가가 어린 시절 나고 자란 골목길에서 어린 나를 만났다. 4채의 집이 마주한 골목길. 세 들어 사는 사람까지 치면 축구팀 대여섯 개는 차릴 만큼 빽빽한 삶의 모습들이었다. 날마다 버라이어티 한 일이 일어나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 다음날의 동네 화젯거리로 분주했던 기억이다.

 

작가처럼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살았던 어릴 적 기억을 더듬다 그 장소에 다시 가보는 설렘을 경험하나 보다.

그렇게 키가 크고 높게 보였던 마을 입구의 솟대는 내 키보다 한 뼘 밖에 크지 않았다.

장마로 물이 불어나 동네의 동물원 역할을 했던 앞집의 닭장과 토끼장까지 집어삼킨 하천은 도랑일 뿐이었고 그마저도 개보수 공사로 훨씬 나은 인물을 하고 마을 어르신들의 놀이터로 바뀌어 있었다.

그곳에 나의 젊은 아빠와 엄마가 수긋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추억이나 회고담으로 한정 지어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왔던 특정한 시대, 그 시절 속을 살아온 한 사람의 역사적 사실을 추억한다. 잃어버린 것과 잊혀야 할 것, 세대와 계층에 한정된 경험을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끄집어 내고 독자의 삶 또한 작가의 기록된 삶 속에 투영해 나가보자고 하는 바람이다. 그 시간 속에서 어린 시절 내면의 목소리를 기억하게 하고 미소 짓게 해보자고 한다.

 

그 집에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한 퇴근하고 돌아온 아버지의 쉴 자리를 보았고, 오직 살림만 살며 자신의 기억은 잊은 채 가족들이 기분에 따라 무심히 던지고 나가는 모멸감과 배신감도 추스르며 마음을 누그러뜨렸을 어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이따금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자신을 못 미더워하지만,

우리의 얼굴은 마음보다 더 굳세게 버티며 앞으로 벌써 나아가고 있다.

(page264)

작가의 말처럼 집은 그런 곳이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가만한 걸음들과 쓸쓸한 한숨들과 정답게 두런거리는 이야기들이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 있는 곳에서 힘을 얻어 용기를 내어 꿋꿋이 살아남아 가야 할 일이다.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 나의 기억과 이전에 한번 다녀온 적이 있던 내가 살았던 어린 시절의 집과 기억도 다시 끄집어 내보았다. 모든 게 변했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은 그대로이다. 이런 시간을 찾아내게 해 준 작가에게 감사할 따름이며 가끔씩 그 기억을 되돌려 현재의 나 자신의 모습에 투영해 힘을 얻고, 그때와 비교해 빠진 것은 보충하고 없는 것은 채워 나갈 일이다.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내가 태어난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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