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특별판 박스 세트 - 전2권 -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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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대는 개인의 욕구를 이해하고 해석하면서 조직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개인에게 심어주던 가치 공동체도 전반적인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주관주의]로 근간이 흔들리고 허물어지고 있으며 확고한 기준점이 결여되어 무조건 남의 눈에 띄는 것이 기준점 없는 개인의 유일한 해결책이 되어가고 있음이다.

​소비주의, 무절제한 소비행태가 그런 것들에 속한다. 구매욕에 불타올라 일단 내 것으로 만들면 또 금방 폐물이 되어버리고 다른 물건을 기웃대고 있으며 온 사회가 지속적 프레카리아트 (불안정한 precario 와 프롤레타리아의 합성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불안정한 고용과 노동 상황에 처한 비정규직. 파견 직. 실업자 등을 총칭하는 말ㅡ화 되어가고 있음을 통탄한다.

이런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방법은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이러한 『유동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런 사회를 이해하며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며 이를 움베르토 에코는 전한다. 점점 미쳐가는 세상에서 그가 쓴 모든 칼럼은 우리의 사회적 현상에 대한 성찰로 이해하라고 전하며 지금보다 훨씬 이전에 이 글을 썼지만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도 상당한 부분 있어 주시하게 된다.

그 예로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방법에서는 젊은이의 수를 훨씬 앞서 추월하고 있는 현재 100세 시대 이들의 연금을 책임지는 사람은 젊은이들이라는 것을 한탄한다.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꼭대기에는 여전히 노인들이 버티고 있고 정작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라는 것... 그렇다고 100세를 사는 노인들에게 죽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움베르토 에코는 여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자식 없는 노인부터 제거하는 명단을 작성하자는 제안을 한다.

현명한 대안이라기 보다 이건 뭐 장난을 하자는 것인가 싶다. 아무튼 현실을 풍자하는 칼럼이니 가능한 일이겠지만 신문에 이런 글이 실린다면 우리나라처럼 보수적인 성향이라면 아마 움베르토 에코의 암살자가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에코는 분리주의를 주장하는 이탈리아 극우정당이 저지른 실질적인 인종차별과 탄압 행위에 대해 극렬히 비판하고 있다. 유럽연합 외에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이탈리아에서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방글라데시 행상을 체포해 경찰차 트렁크에 감금한 일. 사복경찰이 야간 학교 가는 흑인 청소년을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한 일, 이탈리아인이 히잡을 쓴 여학생에게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했으나 거절하자 발길질과 주먹을 날린 일, 한 버스에서 여자 승객이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기 위해 검표원이 어린 소년의 옷을 벗겨 핸드폰이 나오지 않자 가지고 있던 돈을 빼앗아 핸드폰 분실자에게 보상금 조로 준 일 ... 등 차별과 박해의 사례로 가득한 사례를 보며 중심을 잃고 표류하는 유동 사회임을 강조한다.

과거는 어찌 되었던 우리가 믿고 기댈 튼튼한 중심이 있었다. 희망이 있었다.

이제는 더더욱 진화된 인공지능에 의한 파괴적 혁신으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돈이 모든 가치를 몰아내고 중심에 우뚝 서버린 지금의 세상에서 날카롭고 직설적인 팩트의 사설을 눈치 보지 않고 뱉어낼 수 있었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 또한 지루하지 않게 그의 재치 가득한 유머로 포장된 글들이 읽는 내내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준 것은 분명한 일이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칼럼을 만날 수는 없지만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현대인들에게 휴대폰만 바라보는 바보로 살지 말라고 움베르토 에코의 간결한 꾸짖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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