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
심선혜 지음 / 판미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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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의 리뷰를 쓰기 전 이 책을 조금은 가볍게 생각한 나 자신을 반성한다.

혈액암에 걸린 주부가 항암치료를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게 되고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스스로 화이팅하자는 뭐 그 정도의 도서인 줄 알았다.

조금씩 읽다보니 이 책은 암에 걸려 아픈 한 사람이 병마와 싸우며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마치 작은 숲과 같은 자기치유 보고서이다. 그 숲을 바라보면서 독자들도 반성하고 마음 속에 작은 나무 하나 심어볼 수 있는 스스로 반성의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건 나 자신이야...지치지 말고 나를 사랑하며 돌보라는 메세지의 나무를 심을 숲과 같은 책


몇달 전 같은 통로에 사는 이웃이 암에 걸렸다. 사실 나는 이 언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나 자신도 외향적인 성격이나 혼자만의 시간이 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라 퇴근 후 집에 와서 해야 할 독서의 시간을 방해 받는것이 내심 싫기도 했다.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는 무례함이나 듣기 싫은 자신의 주변인들에 대한 한탄섞인 이야기들...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지 가슴 속 깊은 부분까지 내 정신의 맑고 고요함에 잔 돌들을 마구 던지는 것 같아 나의 정신 세계에 해가 되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솔직히 미워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언니는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였다. 굳이 언니가 하는 말에 대답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해답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심정에 공감을 해주고 들어만 달라는 것이다. 오죽했으면...하는 생각에 문득 부끄러워졌다. 오랫만에 안부문자를 보냈더니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한다. 항암치료 부작용이 심해 수술을 하고 현재는 안정중이라고 하니 한번 찾아보겠다고 하자 언제올꺼냐고 닥달이다. 여전히 공감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언니를 오늘은 퇴근 후 잠시 들여다 보아야 하겠다. 그래도 나는 아직 건강하니까...


한 아이의 엄마이고 아내이며 부모님의 소중한 딸이 혈액암을 진단 받고 힘겨운 항암치료를 지나오며 기도보다 더 간절하게 스스로를 응원하기 시작했다.한번 맞기도 고통스럽다는 항암제를 열 여덟번 을 맞았다고 하니 맞는 동안 고통과 무기기력함이 시종일관 환자를 힘들게 했을 것이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드는 걱정과 왜 내가? 라는 원망도 가득했을 것이다.

병원 진료때 만났던 할머니 한분이 너무나 다정하게 작가의 말을 들어주시면서 '자신을 막내딸처럼 생각하고 하고 싶은거 다 해주라'고 팁을 주셨다. 암은 작가의 인생 주도권을 가져가 버렸다. 몸도 마음도 멋대로 컨트롤해서 아이처럼 사소한 일에도 울고 짜증내는 일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스스로에게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내가 나 자신을 교육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감이 갔다.

남의 비위를 맞추고 웃어줄 시간에 내 비위를 맞췄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나의 감정들, 나 밖에 모르는 나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page112)

누굴 만나도 시소에 탄 기분이었다. 시소에 타면 내가 아닌 상배방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건너편에 탄 사람의 무게로 내 위치가 결정된다. 나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우울하고, 나보다 더 불행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안도했다. 나는 그냥 나 일뿐인데 누구와 견주느냐에 따라 행복해지고 불행해졌다.

(page123)

소홀했던 자신을 돌보기 위해 스스로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군가와 함께 할 때 불가능했던 이런 사소한 일들이 작가를 충만하게 하고 관계를 덜어낸 만큼 자신과 더 친해 질 수 있었다고 한다.

기쁨은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 아니었다. 슬픔 역시 행복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길이었으니까. 앞으로는 어느 길 위에서건 시들어 가는 모든 것들을 어루만지며 조금 더디게 가고 싶다.(page195)

 

마음을 다그치고 반성하고 억눌러도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인듯 하다. 작가 역시 불안하고 우울한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항암치료를 끝내고 어느 정도 안정된 요즘에도 불안이 다가올때마다 책을 읽는다고 한다. 좋은 메세지를 받기 위하여 .더불어 아침마다 신문에 오르는 모르는 사람들의 부고를 읽으며 죽음을 기억하며 언젠가 우리에게 다가올 죽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한다고 한다.오늘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

작가의 말처럼 사람들은 모두 언젠가는 죽을 수 있으니 시한부 인생이다. 암환자라고 특별하게 취급하지 말자고 한다. 그 시선과 말들이 불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녹아내리는 초를 보듯 암환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불필요 하다는 것이다. 그저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때 까지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책을 덮으며 작가에게 당부하고 싶다. 에필로그에 쓴 것처럼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쓴것처럼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나는 독자로써 작가의 글을 다시 읽고 싶다. 그 기약을 꼭 건강하게 살아 남아서 긍정적인 글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고자 한다.

                                                      

리딩투데이 영부인 선물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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