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쓴 것
조남주 -민음사
책은 순식간에 넘어간다. 그리고 생각나는 단어 하나...기시감...
내 주변의 이야기 같고 분명 이전에 한번 들었던 이야기 같은데 완벽하게 정리되고 다듬어진 글이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웃다가 또 다른 것에 울컥해 지기도 한다.
조남주 작가의 신작 『우리가 쓴 것』은 우리의 삶 이야기이다. 우리 할머니와 엄마의 이야기이고 나와 내 딸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내 자매와 친구와 이웃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총 8편의 단편으로 꾸려진 이번 책은 10대부터 80대 까지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새롭게 보고자 그녀들의 이야기를 깨뜨리는 '시간의 집합체'라고 한다.

『매화나무 아래』서는 여든의 '나'가 큰 언니의 임종을 지키며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는 이야기이다. 이 단편을 읽으며 세자매의 모습에서 가까운 미래의 내 모습이 투영되었다. 고달픈 삶 속에서도 가정을 위해 헌신했던 큰언니와 암으로 투병하던 작은 언니의 평온한 죽음, 남편과 아들을 먼저 보내고 죽을 것 같은 아픔도 참아내며 살아온 자신의 삶까지 요양병원 마당에서 이리저리 떠밀리다 아무데나 발을 붙인 늙은 매화나무 한 그루에 그녀들의 삶이 오롯이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