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보니 나름 할 만합니다 - 40대에 시작한 전원생활, 독립서점, 가사 노동, 채식
김영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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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에 시작한 전원생활, 독립서점, 가사 노동, 채식 등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의 로망을 작가가 미리 해보고 스스로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매 순간 고민 하며 전하는 리얼 포레스트의 삶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첫번째 이유는 작가가 고민도 비전도 없이 '동네책방'주인이 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읽고 쓰고 고민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꿈꾸고 있던 전원생활에 대해 도시의 편리한 생활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이주한 것이다. 물론 작가는 자녀의 건강문제가 결정의 큰 계기가 되었지만 두루두루 다녀보면 이곳이다! 라고 결정지을 수 있는 곳을 찾기에는 내가 포기해야 할 것들의 비중이 전원생활의 기쁨보다 높아서 일 것이다.

긴 겨울의 끝에 만나는 마당의 봄햇살

여름들풀의 초록/ 알록 달록 단풍길/ 따스한 난로앞의 긴 겨울밤의 시간에 대한

나의 로망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어떤 변화로 다가올 것인지 기대하며...

그러나 처음부터 '그 꿈깨! '라고 나온다.

나름 자신만의 균형과 질서를 갖춘 전원생활은 누구나 예견했던 도시와의 차별된 불편함을 가지고 온다.

그 첫번째가 잡초, 뱀,거미 등 도시생활과는 다른 이질적인것들이다. 온갖 좋다는 방법을 실행하고 노동력을 쏟아부었건만 돈을 듬뿍 들인 이웃의 조경을 따라 가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여러번 예고없이 출현하셔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뱀 또한 한몫을 했다. 가평의 명물이 잣인줄 알았으나 거미라는 것은 금방 깨닫게 해주었다.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이는데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했다.

벌은 자신을 위협하지 않는 존재에게 결코 침을 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이 뱀을 두려워하는 것 이상으로 뱀도 사람을 무서워 한다는 것을,

거미 덕분에 다른 벌레에게 시달림을 덜 당한다는 사실을 하나씩 알아갔다.

중요한 것은 몸이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해진다.

page32

도시생활자가 시골에 터를 잡고 살다보니 배우고 느끼고 삶을 알아가는 과정들이 에세이로 엮여있고 부분부분 참 글 잘 쓰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 자기반성도 불러온다.

"힘들어도 그때가 좋을 때다. 아무소리 말고 열심히 견뎌봐."때로는 이런 말들이 듣는이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니 좀 살아봤다고 저딴식의 충고를 나보다 덜 살았다고 생각되는 이들에게 말로 던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겠다.

한마디로 아무데나 꼰대짓 하지 마라는...

 

네가 아직 철이 없어 그렇지 알고보면 그때가 제일 좋은 때'라는 말은 권력의 언어다.

그리고 심각한 모순의 말이기도 하다.

그 시절과 지금이 같지 않고 각각의 시절을 겪는 주체의 상황도 같을 수 없다.

시절이 다르고 주체가 다른데 도대체 자기가 겪은 과거가 무슨 근거로 객관적인

상황일 수 있는가.

page58

"아침식사 차려야 해.집에 먹을게 없어..."같이 밥을 먹자는 친구에게 함께 하지 못하는 이유를 들었을 때 세상에서 가장 어이 없는 핑계를 들은 듯한 친구의 표정을 작가는 잊지 못한다고 한다.

"집안일은 내가!"

책방을 운영하며 우연히 레베카 솔닛의《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라는 책을 만난 후 작가 스스로 제목 속 남자의 전형임을 알게 되었다. 작가 스스로 속해 있는 가정의 불평등을 들여다 보았고 가사노동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막상 해보니 바깥일과 집안일을 동시에 능숙하게 해내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순서를 안배하고 양쪽의 균형을 맞추려는 궁리 자체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두 일을 병행할 때면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충돌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두 일을 구멍 나지 않게 해낸들 어떤 보상도 혜택도 뒤따르지 않는다.

잠시 안도할 수 있을 뿐.

page146

작가는 전원 생활을 꿈꾸고 귀촌하면서 욕심을 버리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기에 스트레스 낮추는 전원생활이 가능하도록 스스로를 맞추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과 불안은 결코 떨쳐낼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란 것을 솔직하게 글로 나타내 두어 어느곳에 있든 완벽함이란 없음을 한편으로 보여준다.

작가 스스로 책임있는 삶을 살고자 함께 동행 하는 절대적인 존재 가족을 위한 사랑과 배려도 보이고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나처럼 언젠가 귀촌을 외쳐대는 머저리들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고 결정하라는 메세지를 안겨준 감사한 전원생활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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