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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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사랑은 작가인 엘레나 페란테가 성가신사랑 이후 발표한 두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30대 두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 올가가 남편에게 버림 받고 역경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힘든 과정이 묘사되어 있어 읽는 내내 고구마를 열 댓개는 물 없이 먹은 기분이었다.

느닷 없이 이별을 통보하고 두 아이를 올가에게 책임전가하고 자신의 감정만을 따라

다른 사랑을 찾아가 버린 남편 마리오.

한창 말 듣지 않는 두아이, 잔니와 일라리아. 남편이 키우던 대형견 세퍼드 오토까지

모두 온전히 올가의 책임 아래 버려졌다.

올가는 남편이 떠난 이유를 잘 알지 못했다.

남편 물건이 집에 그대로 있고 그가 아이들에게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별일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 일상적인 불만에 대해 한 번쯤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다. 소설 속 주인공 처럼 말이다.(page 10)

그렇게 남편이 늘 다니던 출장처럼 가볍게 나갔고 금방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자문한다. 남편이 왜 자신을 떠나게 되었는지를 묻고 묻고 되묻는다.

이 모든것이 그녀를 스스로 병들게 하고 날카로운 신경을 갖게 했으며 상스러운 말을 해대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 주변사람들을 그녀곁에서 떠나게 한다. 어린시절 그녀의 기억속에 자리한 버림받은 여인의 환영이 올가의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자기 스스로 그 환영과 동일시하게 된다.

올가는 남편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의미가 있기는 했는지 말해달라고 애원했다.

언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건지 이해하게 해달라고 했다. 함께 보낸 그 긴 세월이 정말로 시간 낭비일 뿐이었는지 아니면 과거를 되살림으로써 다시 새로운 과실을 맺을 수 있을 정도의 특별한 의미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고 애원했다(page53)

감정의 수로가 꽉 막혀서 삶의 에너지가 흐르지 않게 된 지 오래였으나 알지 못했다.. 마리오가 세심하게 제공하는 황홀한 부부생활에 취해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가정주부'로만 한정 지은 것은 너무 큰 실수였다.마리오의 만족감과 기쁨, 날이 갈수록 성공가도늘 달리는 그의 삶을 자존감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가장 큰 올가의 실수였다.

마리오와 함께 있어도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끼지 못 한게 된지가 이미 오래인데도 그 없이 살 수 없다고 믿었던 일이다.

엉망이 된 일상생활 속에서 가스불을 제 때 끄거나 세금납부를 미루지 않는 등의 기본적인 일조차도 잊어버리고 아이들도 방치해 두다시피하여 일상 자체가 지옥이 되어 버린다.절망과 좌절하는 순간에도 감정을 추스리며 스스로를 찾아낸다는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올가의 뒤죽박죽 되어버린 일상사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특이점은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어느 새 자신의 변화를 인지하고 다시 바로서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졌다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마리오와 정기적으로 만나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문제로 전화를 하고 양육비를 제때 송금 안해주면 불평하기도 했다. ​그러는 새 그의 몸이 다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흰머리가 많아진 데다 얼굴이 다시 붓기 시작했고 옆구리와 배와 가슴에 살이 붙었다.(page363)

결국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찾아 자신을 관리하고 가꾸었던 마리오도 원래 올가와 살던때처럼 다시 아저씨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도 결국은 다시 중고가 될 뿐인 것이다.

읽을수록 화가났다.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하는 고마운 아내에게 그저 원초적 본능에 충실한 남편 마리오라는 인간은 일개의 도움조차도 안되면서 아내의 믿음과 사랑을 바닥까지 끌고 내려와 흐트려 놓는 모습에서 동서양을 구분하지 않는 외도라는 상황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올가가 아내나 어머니가 아닌 독립적인 여성으로 자아를 되찾을수 있었다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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