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들의 죽음
우리는 가벼운 향기로 가득 찬 침대 무덤처럼 움푹한 쿠션을 마련하리라. 우릴 위하여 더욱 아름다운 하늘 밑에 피는 신기한 꽃들도 장식선반 위에 꽂으리.
우리 둘의 심장은 다투어 마지막 열을 다하여 타는 두 개의 거대한 횃불이 되어, 쌍거울 같은 우리 두 정신 속에 그 이중의 빛을 반영하리라.
장미빛과 신비론 푸름의 어느날 밤에, 우리는 긴 흐느낌 처럼 이별의 정 가득한 단 한 번의 번갯불을 주고받으리.
그 후 <천사>가 문을 방긋이 열고 들어와 충실하고도 즐거운 기색으로 흐린 거울과 죽은 불길을 되살려주리라. - P104
흡혈귀
신음하는 내 가슴에 비수의 일격처럼 박힌 너. 마귀떼처럼 억센 것이, 치장하고 지랄스럽게 와서,
욕된 내 정신을 네 잠자리 네 영지로 만드는 너. - 중죄수가 사슬에 매이듯이 내가 매어 있는 더러운 계집아,
끈질긴 도박꾼이 도박에 매이듯, 술주정뱅이 술병에 매이듯, 구더기에 썩을 짐승 시체가 매이듯, -망할 년, 망할 년아!
날쌘 검의 일격이 내 자유를 전취해 주도록 나는 빌었고, 믿지 못할 독약에게 내 비겁함을 구해달라고 나는 말했지.
오호라! 독약과 검은 나를 멸시하여 말했어- 「저주받은 노예생활에서 널 끌어낼 보람도 없어,
「머저리야! - 만약 우리 애써 널 그년 질곡에서 해방시킨다면, 네 입맞춤으로 네 흡혈귀의 송장을 되살려놓을 게다!」 - P59
흡혈귀의 변신 이때 여인은 숯불 위의 뱀처럼 몸을 비비꼬고, 코르셋 철골 위에 유방을 짓이기며, 딸기 같은 붉은 입으로 흠뻑 사향 배인 말을 흘려보냈다. -「나로 말하자면, 젖은 입술로 침대 속에서 옛 시대의 양심을 잃게 하는 비의를 알고 있어. 내 압도적인 유방 위에선 어떤 눈물도 말려주고, 늙은이들도 어린애같이 웃게 해요. 홀랑 벗은 내 알몸을 보는 이에겐 달이 되고, 태양, 하늘, 별이 되어주지! 귀여운 학자님, 나는 하도 관능에 통달해서, 무서운 팔 안에 사내를 꽉 껴안을 때, 혹은 소심하고도 음란하며 여리고도 억센 내가 내 윗도리를 깨무는 대로 내맡길 때면, 넋을 잃는 이 육체의 깔포단 위에선 정력 잃은 천사들도 지옥에라도 떨어질 지경!> 그녀가 내 뼈마다 온통 골수를 빨아내고, 내가 사랑의 키스를 돌려주려 나른한 몸을 그녀 쪽으로 돌렸을 때, 눈에 띈 것은 오직 고름으로 꽉찬 끈적끈적한 가죽푸대뿐! 등골이 오싹하여 두 눈 딱 감았다가 환한 불빛 속에 다시 떴을 땐, 내 곁에 피로 꽉 채운 듯한 억센 마네킹 같은 여체는 간 곳 없고, 해골 조각들이 뒤섞여 떨고 있었으니, 그 소리 풍향침의 삐거덕 소린가, 아니면, 쇠막대기 끝에서 겨울밤 동안 바람에 흔들리려 간판이 울리는 소린가.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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