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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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시간은 다 써버려야 한다. 시간의 흐름과 리듬에 맞춰 다 써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넉넉하고 호방하게, 때로는 가산을 탕진한 탕아처럼 자신을 위해 어떤 제축祭祝의 감정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괜찮을 터이다. 이를 통해 야릇한 쾌감과 좋은 심정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의 수전노와는 달리 우리는 명절이나 기념일의 개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명절이나 기념일은 특별한 날이요, 독립된 시간이다. 어떤 명분을 빌려 인생의 연속적인 흐름을 잠시 끊어버리고 ‘정상행위‘를 잠시 중지한 다음, 이 독립적이고 특수한 시간에 평소에는 조심스러워 감히 진행하지 못했던 언행과 사유를 시원하게 허락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규범이나 법률을 잠시 동결시키고 평소에 몹시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시간과 재산, 감정과 신체를 낭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념일이란 항상 모종의 번화함과 광적인 환희를 나타내는 만큼, 이처럼 호화롭고 사치스런 낭비야말로 기념일에 더없이 특별한 즐거움을 가져다줌으로써 이런 시간들을 다 기억하고 소장하며 기념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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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행위는 결국 무언가에 쫒기면서 여유가 없는 신경질적인 세계에서는 진행되기 어렵다. 독서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은 자유와 여유, 확장이기 때문이다.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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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칼비노의 말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죽음이란 우리가 이 세상에 더해졌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세계는 우리가 더해짐으로써 모종의 광채와 온도를 얻는다.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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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속의 장군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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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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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세계는 영원히 다 탐험해 보지 못하는 광대한 미지의 영역이다. 영원히 새로운 저자들이 존재하고 영원히 새로운 불만과 의문, 새로운 초점, 새로운 깊이와 방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허무감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고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듯 정신적으로 더욱 분발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책이라는 개념은 독서의 연속성을 나타내고 첫 번째 책이라는 개념은 도약, 재기, 미지와 놀라운 기쁨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과의 사슬에서 벗어나 위험한 자유로 대체한다. 그렇기 때문에 호탕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벤야민은 글을 쓸 때 ‘모든 문장이 새로 시작하는 문장 같다고 말 한 바 있다. 이런 비연속적인 즐거움을 말한 것에 다름 아니다. 연결과 단절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역경』 「건괘乾卦」의 제4효에
"물속에서 뛰어오른다고 해도 허물은 없다"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로의 비상을 연습하는 용은 연못에서 이처럼 영용한 시도를 하다가 설사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원래 있던 자리에 떨어지는 것뿐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책의 바다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튼튼하며 섬세하다. 그러므로 박차고 오르다가 떨어진다 해도 밖으로 나가떨어질 리는 없다. 그저 용감하게 자 신의 여정을 더 멀리 하여 묵묵히 길을 가야 할 뿐이다.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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