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케스의 서재에서 -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지음, 김태성.김영화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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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시간은 다 써버려야 한다. 시간의 흐름과 리듬에 맞춰 다 써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넉넉하고 호방하게, 때로는 가산을 탕진한 탕아처럼 자신을 위해 어떤 제축祭祝의 감정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괜찮을 터이다. 이를 통해 야릇한 쾌감과 좋은 심정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의 수전노와는 달리 우리는 명절이나 기념일의 개념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명절이나 기념일은 특별한 날이요, 독립된 시간이다. 어떤 명분을 빌려 인생의 연속적인 흐름을 잠시 끊어버리고 ‘정상행위‘를 잠시 중지한 다음, 이 독립적이고 특수한 시간에 평소에는 조심스러워 감히 진행하지 못했던 언행과 사유를 시원하게 허락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규범이나 법률을 잠시 동결시키고 평소에 몹시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도 있다. 자신의 시간과 재산, 감정과 신체를 낭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념일이란 항상 모종의 번화함과 광적인 환희를 나타내는 만큼, 이처럼 호화롭고 사치스런 낭비야말로 기념일에 더없이 특별한 즐거움을 가져다줌으로써 이런 시간들을 다 기억하고 소장하며 기념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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