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와 소비자, 고용주와 고용인이 평균 물가가 미래에도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 가급적이면 지극히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굳은 확신을 가지고 경제 활동에 참여할 때,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가장 잘 작동할 것이다.
_ 밀턴 프리드먼

금융 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는 미래에 또 닥칠지 모르는 경제적 충격을 미국 내 대규모 은행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도입했다(은행을 위한 지진 테스트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2015년에 검사를 받은 31개 은행 모두가 가히 대지진이라 할 만한 금융 위기가 와도 붕괴하지 않을 만큼 충분한 완충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보도했다. "연방준비제도가 미국의 31대 은행에 대해 매년 실시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모든 은행의 재정 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 부채 시장이 악화되고, 실업률이 10퍼센트에 도달하고, 주택 및 주식 가격이 급락하는 가상의 경제적 충격이 닥칠 때 은행들이 대출을 계속 해 줄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검토한 결과다. 이 검사는 대규모 은행들이 시장 혼란 상황에서 납세자들의 구제금융 없이도 극심한 손해를 견뎌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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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는─그리고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자초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그에 대한 대답은, 화폐를 찍어 내 사용함으로써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다른 수입이 거의 없거나 제한적일 때는 더욱 그렇다. 새 화폐를 찍어 내는 것은 국민들 몰래 은근슬쩍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이를 ‘인플레이션 세금inflation tax’이라고도 부른다.◆ 돈을 더 찍어 내면 이미 유통되고 있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므로, 실질적으로 그 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시뇨리지seignorage’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현대 사회에서는 0에 가깝다)과 새 돈이 지니는 가치의 차이를 반영한다.(‘시뇨리지’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뜻하는 말로, ‘시뇨르seigneur’, 즉 봉건 군주가 화폐 주조를 통해 이익을 챙긴 데서 비롯된 말이다. ‘화폐 주조세’ ‘주조 이익’ ‘조폐 이익’ 등으로 번역된다-옮긴이) 시뇨리지는 포커 게임을 주최한 집주인이 보관함에 돈을 추가로 넣지 않은 채 칩을 더 꺼내 가지는 것과 같은 일이다. 칩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대신 집주인은 부자가 된다.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는 상황보다 더 낫다는 주장이 세 가지나 나와 있다. 첫째, 앞에서 기술했듯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경제적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화폐 착각 현상 때문에 노동자와 소비자가 실질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명목상으로는 이익을 보는 것으로 포장되어 있을 때 시장이 더 잘 돌아간다(인플레이션이 3퍼센트일 때 임금이 1퍼센트 오른 사람은 어쨌든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임금이 올랐다고 자랑할 수 있다). 둘째, 낮지만 긍정적인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 위험을 방지한다. 특히 경제가 취약할 때는 이 방어책이 효과가 있다. 셋째, 약간의 인플레이션이 있는 상황은 중앙은행이 ‘제로 바운드’라는 벽에 부딪히기 전에 실질금리를 낮출 여유를 준다(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명목금리는 엄청나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이너스로 내려갈 수 없다).

인플레이션은 나쁘다. 디플레이션은 더 나쁘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최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집단들이 있다. 한편, 화폐의 존재 이유는 상거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물가가 전혀 변하지 않을 때 그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가 약간씩 상승해야 상거래가 더 잘 돌아간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따라서 물가를 이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다.

절대 혼자 조용히 망하는 일은 없다. 각 금융 기관은 동료들과 로프로 서로 연결된 채 산을 오르는 산악인과 같다. 하나가 미끄러지면 다수가 함께 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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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많은 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골디락스’는 효과적인 통화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 준다.(‘골디락스’는 〈골디락스와 세 마리의 곰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이라는 영국 전래동화에서 비롯된 용어다. 숲속에서 낯선 오두막에 들어간 골디락스가 그곳에 있는 수프 세 그릇 중 너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수프를 먹은 뒤, 너무 딱딱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적당한 침대에서 잠들었다고 한다. 그때 집 주인인 곰 가족 세 마리가 들어와 가장 좋은 음식을 먹어 치운 채 가장 좋은 침대에서 자고 있는 골디락스에게 버럭 화를 냈다는 이야기다-옮긴이) 바로 너무 뜨겁지도(인플레이션) 너무 차갑지도(디플레이션)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물화폐를 포함한 모든 화폐의 가치는 다른 재화의 공급과 비례한 화폐의 공급량에 따라 결정된다.

이 모든 현상은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통화 정책에 관한 유명한 경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통화의 문제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그는 통화 공급과 가격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프리드먼은 《화폐 경제학Money Mischief》에서 현대 여러 나라들의 경제사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이렇게 요약한다. "인플레이션은 생산량보다 통화량이 눈에 띄게 빨리 증가할 때 생긴다. 생산 단위당 통화량 증가율이 높을수록 인플레이션율도 더 커진다. 경제학에서 이보다 더 잘 확립된 명제는 없을 것이다."
이 현상은 종이화폐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화폐에 해당된다. 실물화폐도 기본적으로 이와 동일한 이유로 인해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거친다. 화폐의 기초로 정해진 특정 상품(실물)의 공급이 다른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량에 딱 맞춰서 증가하거나 감소하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수입이 떨어지고, 집은 물론 기타 자산 가치도 줄어든다. 그러나 은행에는 매달 같은 액수의 돈을 갚아야 한다.
사실상 빚의 실제 가치는 점점 더 올라간다. 처음 빌렸던 돈보다 갚을 돈의 가치가 더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기차 사고를 방불케 하는 금융 위기가 몰려올 수 있다. 주택 상환금을 갚지 못해 재정난을 겪는 가구가 많아지면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에 따라 은행이 건전한 기업들에 대출해 줄 능력이 감소하면서 결국 해당 기업들의 건전성도 떨어지게 된다. 지출해야 되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모두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해당 자산들의 가격이 떨어지고(2008년 금융 위기 때 주택 가격이 그랬던 것처럼), 이 경제적 산불은 다른 가정, 기업, 금융 회사로 옮겨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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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것도 습관이 안 되어 어려운데, 삶을 변화시키려면 책을 읽고 본 것・깨달은 것・적용할 것을 정리해야 한다. 처음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작업을 어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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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성(proactivity)이란 단어를 요즈음 경영학 문헌에서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사전에서는 찾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솔선해서 사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이 말의 의미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가 하는 의사 결정에 의한 것이지 결코 우리를 둘러싼 여건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책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큰 동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선뜻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책을 읽으면 정말 삶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책을 읽으면 변화한다는 것을 믿으면서도 그동안 워낙 책을 읽지 않아 책 읽기 자체가 힘들어서이다.

아무리 좋은 약도 믿지 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책이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믿으면 책을 읽기도 힘들고, 설령 읽는다 해도 삶을 바꾸기 어렵다. 하지만 책 읽는 습관이 들어 있지 않거나 책 읽는 방법을 몰라 변화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다르다. 처음에는 책 읽는 속도도 느리고 변화를 실감하지도 못해 힘들어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변화에 가속도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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