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는─그리고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자초했을까 하는 의문 말이다. 그에 대한 대답은, 화폐를 찍어 내 사용함으로써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다른 수입이 거의 없거나 제한적일 때는 더욱 그렇다. 새 화폐를 찍어 내는 것은 국민들 몰래 은근슬쩍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이를 ‘인플레이션 세금inflation tax’이라고도 부른다.◆ 돈을 더 찍어 내면 이미 유통되고 있는 돈의 가치가 떨어지므로, 실질적으로 그 돈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시뇨리지seignorage’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돈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현대 사회에서는 0에 가깝다)과 새 돈이 지니는 가치의 차이를 반영한다.(‘시뇨리지’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뜻하는 말로, ‘시뇨르seigneur’, 즉 봉건 군주가 화폐 주조를 통해 이익을 챙긴 데서 비롯된 말이다. ‘화폐 주조세’ ‘주조 이익’ ‘조폐 이익’ 등으로 번역된다-옮긴이) 시뇨리지는 포커 게임을 주최한 집주인이 보관함에 돈을 추가로 넣지 않은 채 칩을 더 꺼내 가지는 것과 같은 일이다. 칩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대신 집주인은 부자가 된다.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는 상황보다 더 낫다는 주장이 세 가지나 나와 있다. 첫째, 앞에서 기술했듯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경제적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화폐 착각 현상 때문에 노동자와 소비자가 실질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명목상으로는 이익을 보는 것으로 포장되어 있을 때 시장이 더 잘 돌아간다(인플레이션이 3퍼센트일 때 임금이 1퍼센트 오른 사람은 어쨌든 술자리에서 친구들에게 임금이 올랐다고 자랑할 수 있다). 둘째, 낮지만 긍정적인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 위험을 방지한다. 특히 경제가 취약할 때는 이 방어책이 효과가 있다. 셋째, 약간의 인플레이션이 있는 상황은 중앙은행이 ‘제로 바운드’라는 벽에 부딪히기 전에 실질금리를 낮출 여유를 준다(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명목금리는 엄청나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이너스로 내려갈 수 없다).
인플레이션은 나쁘다. 디플레이션은 더 나쁘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최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집단들이 있다. 한편, 화폐의 존재 이유는 상거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물가가 전혀 변하지 않을 때 그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가 약간씩 상승해야 상거래가 더 잘 돌아간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따라서 물가를 이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따르는 일이다.
절대 혼자 조용히 망하는 일은 없다. 각 금융 기관은 동료들과 로프로 서로 연결된 채 산을 오르는 산악인과 같다. 하나가 미끄러지면 다수가 함께 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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