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역사를 공부할 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날씨가 생각보다 많은 변수로 작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늘 날씨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오늘 날도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영위할 때, 늘 날씨를 확인합니다. 사람을 만날 때, 어디 갈 때 등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만큼 날씨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면서 이런 생각을 가지기란 쉬운 게 아닙니다.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사속 인물과 사건들을 보면 날씨는 늘 변수로 희비를 가르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도 이런 점을 언급하면서 역사를 보다 재미있게 접근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아는 삼국지의 제갈공명이 바람을 빌어서 적을 물리쳤고, 우리 역사에서도 바람의 방향을 읽고 화공으로 적을 막거나, 왕이 기우제를 지내면서 가뭄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위해서 신에게 비는 장면, 흉년과 풍년을 좌우하는 모든 것이 날씨와 관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날씨에 미치지 않고, 예전 사람들은 이런 날씨의 변화에 따라서 자신들이 모시는 왕이나 기득권에 대한 신뢰와 불신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예민한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지금도 비슷합니다. 재난과 재앙이 심해지고,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정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인간이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며, 통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관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오는 장면입니다. 역사가 흥망성쇠로 돌고 도는 것처럼, 신이 부여한 또 다른 사명과 시대적인 요구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에서도 많은 사례와 사건들이 언급됩니다. 그중에서 일본 사람들이 신풍이라고 믿으며 오늘 날까지 회자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12세기 몽고는 대륙을 휩쓸고 아시아와 유럽을 아우리는 초강대국, 대제국을 건설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고려와 연합하여 일본정벌을 계획하지만, 폭풍우를 만나면서 실패하게 됩니다. 그것도 2차례에 걸친 대규모 원정이지만, 바람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일본은 몽고의 침략으로부터 건재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날씨가 돕지 않았다면, 일본은 풍전등화였고, 철저한 식민지배를 겪게 되었을 겁니다. 전혀 생각치 못했던 날씨의 변덕,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기도 하고, 의외로 쉽게 무너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현대전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지상보다는 바다와 하늘에서의 전투가 중요한 것을 감안해 보면, 날씨는 군대의 전략과 전술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계획된 날짜까지 모든 것을 준비하고 마치지만, 돌발적인 안개나 악천우에는 답이 없습니다. 우리의 모든 것에 영향을 주고 때로는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날씨, 자연이 주는 교훈이나 섭리, 신이 계시하는 다른 지령으로 보여집니다. 굳이 날씨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더라도, 많은 곳에서 일어났다는 사실과 일어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어서, 모든 생활과 학문적 연구, 역사를 공부할 때도 느끼게 됩니다. 


날씨가 중요 변수로 등장한 세계사의 흔적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보는 것도 역사를 공부하는 하나의 묘미가 될 것입니다. 다양한 역사장르, 세계사의 흐름을 짚어주는 책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날씨를 표현하면서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 국가의 흥망을 점치는 책은 흔치않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생각, 혹은 가볍게 느꼈던 부분에 대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날씨가 만든 그날의 세계사.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진진할 것이며, 새롭게 다가오며, 배울 점도 많을 것입니다.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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