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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ㅣ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19
앙드레 지드 지음, 박효은 옮김 / 별글 / 2019년 7월
평점 :
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 특히 개인에게 예민한 치부로 보일 수도 있고, 병적인 신앙이 타인들에게 곱지않게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괜찮은 책으로 보인다. 종교에 빠져, 지나친 자기희생과 모든 것을 올인하는 사람과 이를 안타까워하지만,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감내하려는 사람의 만남, 이성적인 관점에서는 이해가 안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우리의 삶에 종교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물론 선택을 받고 안받고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자유라는 점이 존중되어야겠지만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나 동양문화권에서는 소수의 문제, 매우 추종적인 세력, 맹목적인 신앙으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도 많고, 멀쩡한 사람들이 피해를 겪는 경우도 흔히 등장하지만, 서양문화에서는 이를 또 다른 인문학적 요소로 승화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책도 이런 점을 내포하고 있고, 종교가 인간에게 주는 절대성이나 이에 심취하며 너무 지나친 자기희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물론 책에서는 신랄한 비판을 앞세우지만, 과연 종교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획일성에 입각한 해석이 맞는지, 여기에도 의문이 들 것이다.
물론 모든 행위는 지나치면 부족한 법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절대적인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누구나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며, 희생과 기다림을 통해, 사랑의 숭고한 정신이나 자신이 원하는 마음으로 얻으려는 노력, 이를 폄하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과 종교적 문제의 만남, 쉬운 해답은 어렵고, 복잡하게 꼬여가는 모습에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이 주는 느낌 자체가 매우 철학적으로 보이는 것도 이런 스토리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감정과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지만,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대상이나 사건,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나 비판적 자세를 취하는 순간, 생각치 못한 곳에서 공격을 받기도 하며, 사회 전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이 책도 프랑스 최고의 소설로 인정받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고려할 때, 매우 진보적인 입장을 취한 책으로 많은 비판을 견뎌야 했던 것이다. 현대적인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고, 사랑과 종교, 인간학 자체에 대해 함께 그려볼 수 있는 점에서 괜찮은 책이다. 가볍게 읽어 보자.